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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랄 총량의 법칙

어느 책에서 읽은 말인데, 한 사람의 인생에는 '지랄 총량의 법칙'이라는게 있단다. 말인 즉슨, 한 사람의 인생에는 '지랄 할당량'이라는게 있단 말이다. 난 내 인생의 어떤 지랄의 총량을 아직 못채워서, 아침밥먹고 부리나케 KTX에 몸을 싣고 서울역 도착하자마자 광화문에 홍상수 영화보러 갔다가, 홍대와서 세시간 반동안 스탠딩 콘서트 뛰고, 집에 와서 응답하라1994를 새벽까지 끼고 있다. 다리는 퉁퉁붓고 진짜 미친 체력과 정신이다.

 

곰곰 생각해보니 나는 학창시절에 소위 말하는 빠순이짓도 안해보고, 남들 다보는 드라마는 시간낭비에 유치하다고 멀리하고 늘 책만 끼고 살았는데. 이게 인생의 진로가 이제 슬그머니 결정될려고하는 이 시기에 터져가지고, 책은 이제 사볼만큼 사봤으니 안사고 안보고 콘서트 열심히 쫓아다니고 드라마를 새벽까지 본다. 내 인생의 지랄총량을 채워가는 중이다. 온 몸과 성을 다하여.

 

 

* 지랄 총량의 법칙이란 말이 가장 꼭 들어맞는 분야가 있다면 바로 인간의 감정아닐까. 감정이야말로 정말 지랄맞은 거니까. 어쩌면 감정이란, 한 사람이 한 사람에게서 받아야 하는 총량이 정말로 정해져 있는건 아닐까. 내가 너를 좋아해. 너에게 100 을 받아야하는데, 너는 나에게 20밖에 안 줘. 그래서 니가 떠난 뒤에도 한참이나 못받은 80 때문에 니 생각이 나.

 

그럼 주유소를 찾은 자동차처럼, 한 사람에게서 받아야할 감정의 할당량이 다 채워지면 미련없이 부웅~ 떠나게 되는걸까? 쌩쌩. 머리는 아프고 다리는 퉁퉁붓고 눈은 따갑고 방금 본 1994의 여운과 이 시간대의 영향으로 온갖 연애감정과 조금은 버거운 쓸데없는 감정들이 치고 올라오는 밤이다. 쌕쌕같은 밤이다. 잠이나 자자.

 

(+) 나 내일 출근 어쩌쓰까. 어쩌면 좋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