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기운에 오늘도 칼퇴를 하고, 짐짓 섣부르게 아버지에게 엄살이라도 피워볼까 싶어 전화를 대뜸 걸어보았다. 어머니가 곁에 함께 있다는 말에 왠지 모르게 엄살은-잘 하지도 못하면서!- 쑥 들어가고 '식사 맛있게 하시고, 곧 내려가겠다'는 말을 어른스럽게 전했다. "그래, 내일 내려오지?" 아버지 말씀에 그제서야 아차. 내일 가야 되는거구나. 아유 귀찮네.
집에 오니 인터넷으로 주문한 전기요가 소리소문도 없이 문 앞에 놓여있다. 요 밑에 장착을 하고나니 너무 따뜻해서 울컥, 하고 전기요를 경멸하는 마음까지 드는 것이다. '내가 이 놈이 없어서 벌벌떨며 감기를 앓아야 했다니!' 하고. 왜 꼭 필요한 건, 필요없는 것들을 다 사게된 다음에야 생각이 나는지 모르겠다. 전기포트도 아직까지 안 사고 버티고 있다.
따뜻한 이부자리에 몸을 뉘이고 초저녁부터 생각없이 잠으로 깊게 빠져들었다가 전화벨 소리에 화들짝깨어나니 10시쯤 됐던가. 순간, 너무 오래자서 그 다음날이 온 줄알고 흠칫거렸다. 친구 전화. 내 목소리가 듣고 싶어 전화했다는 말에 썩 좋지않은 상태의 목소리를 들려주니 많이 아프냐, 하고 묻는다. 많이 아파 잤다고하니 그럼 좀 더 자지 그랬냐, 하는 대답이 돌아온다. 전화기를 타고 공간 이동을 할 수 있다면 상큼하게 죽빵을 날려줬을텐데. 니가 전화하는 바람에 깨지 않았냐고 볼멘 소리를 하니 미안하단다. 사실 뭐 네 탓도 아닌데. 벨소리 볼륨을 최고로 키워놓고 바로 옆에 두고 잔 내 탓도 있지뭐.
아무트 어떤 이들은 잠들 시각에 잠이 화들짝 깨는 바람에, 오늘 산 책을 펴서 읽기 시작했다. 티브이 없는 라이프, 이럴 땐 참 좋지 않나. 할 게 없어서 책을 읽을 수 밖에 없는 환경이라니. 가을이 오고, 나의 연애도 곤궁하고, 마음 한 자리에 괜히 어설프게 쓸쓸하고. 그래서 시인들의 책을 좀 샀다. 시인이 쓴 산문집과 시인이 쓴 시집을 샀는데, 시인이 쓴 시집은 당최 어려워서 두어 페이지 읽다가 집어쳤고 산문집을 읽으면서 낄낄대기 시작한다. 새로 알게 된 적당한 가을 음악도 틀어두고.
기차에 몸을 싣고 집으로 가는 여로가 - KTX타고 두시간 가는 주제에 여로라고 거창하게 할 것 까지도 없지만- 벌써부터 피곤하게 느껴지는구나. 웹툰이나 후딱 읽고 자야지. 아 증말. 웹툰 좀 끊어야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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