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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날씨

2013년 9월 25일 : 생활인

원모어찬스의 <자유인>이란 노래를 참 좋아하는데, 난 그와 반대로 정말 생활인이다. (윤종신 아저씨가 하나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오늘따라 하루종일 엑셀을 들여다봐야하는 피곤한 업무탓에 잔뜩 무거운 몸을 이끌고 집에 와서 쉬고자 하였으나, 침대 위와 바닥에 이리저리 정리안된 가을겨울 옷들이 나를 어찌나 피곤하게 하는지. 화장실 바닥에 콤콤하게 영역을 확장해가는 물곰팡이도 거슬리고, 세탁기에 처박아둔 빨래도 좀 해야겠고 오늘이 수요일이니 음식물 쓰레기와 분리수거 한 것들도 내놓아야겠고, 얼마전에 요금을 냈는데 또다시 날아온 고지서에 한전 상담원과 또 한번 깊은 상담시간을 가졌고, 오늘 택배 날아온 것들 꼼꼼히 체크해서 반품 보낼 것은 다시 포장하고.

 

냉장고. 그리스에 다녀온 친구가 사온 맥주를 잔뜩 폼잡으며 뜯었다가 한모금 마시고 처박아둔 것도 족히 한달은 지났지싶다. 추석연휴 전에는 다 먹어치울꺼라며 호기롭게 사다둔 야채들도 어린아이 살처럼 물컹해진지 오래. 야채를 음식물 쓰레기 봉지에 쑤셔박으면서 늘 생각하는 것. 난 야채를 버리려고 사는걸지도 몰라. 한달전에 나의 입사 1주년을 축하하며 사다둔 아이스크림 케잌은, 믿을 수 없게도 아직도 절반도 먹지도 못하고 냉동고에 떡 버티고 있다. 아 증말! 이번 추석에 집에 가서 잔뜩 욕심부려 가져온 사과들은, 다른 과일과 함께 두면 안되니 냉장고 밖에 잘 갈무리해서 쌓아놓고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엄마가 잔뜩 보낸 감은 비닐로 한 번 밀봉한뒤 냉장고에 보관. 키위칩 만들겠다고 사놓은 키위도 아직 남아서 물컹물컹.

 

으아아아아아아아. 날이 추워져서 정리하겠다고 꺼낸 옷가지들인데 수습을 못해서 바닥이며 침대에 널브러진지가 벌써 며칠째다. 일단 알맞은 박스와 캐리어에 주섬주섬 옷가지들을 챙겨서 다시 장롱위로 올리고, 옷이 정리되니 바닥 여기저기를 뒹굴고 있는 머리카락을 청소기로 빨아냈다. 그다음은 화장실. 늘 환기를 시켜도 결국은 습한 곳이니 조금만 신경을 안쓰면 곰팡이가 살금살금 핀다. 왁스를 들이붓고 바닥이며 변기를 다 닦아냈다. 비어버린 페브리즈 통에는 리필액을 가득 채우고, 자 이젠 세탁기다. 속옷과 수건, 색깔있는 옷을 분리하고 세탁기에 투입투입. 분리수거하러 두번이나 내려갔다왔다. 그리고 한번 안 치우기 시작하면 나중엔 손 쓸수 없게 되버리는 싱크대 접시들. 아이스크림 묻은 그릇부터 컵, 쟁반 따위를 재빨리 씻고 그 와중에 구멍난 방충망으로 꾸역꾸역 들어오는 모기떼들은 하염없이 나를 물어뜯고. 너도 바쁘고 나도 바쁘다 증말.

 

차마 책장과, 아직 널어놓기만 하고 개지않은 빨래는 마저 정리할 여력이 없어 오늘 청소는 여기까지. 자자. 그래도 가을밤이니까 이 밤에 어울리는 음악을 선곡하고 깨끗이 씻고 빨리 누워서 뒹굴거려야겠다. 물건이든 사람이든 질척거리는건 정말 질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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