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 28일 : 리얼클로즈

정해진 하루 일과를 끝내고 집으로 들어오니 밤 열한시. 칫솔에 치약을 꾸욱 짜 올려 물을 살짝 묻히고는 북북 이를 닦으며 TV를 튼다. 양치질의 지루함을 덜어볼까 잠깐만 볼 생각이었는데. '패션엔 강추일드 <리얼클로즈>' 라는 화면 오른쪽 상단의 문구를 응시하며 그대로 TV앞에 눌러앉고 말았다.

- 그 사람의 일을 응원했지만, 사실은 참 많이 외로웠어요.
이렇게 혼자만 끙끙대고 앓다가
목표를 세워 일에 매진해야겠다는 결심을 했고
어느 순간, 그 사람 없이도 괜찮은 나를 발견했어요.

아아. 드라마라는게 보편적이면서도 동시에 극소수적인- 그러니까 '이별'처럼 다들 한두번씩은 겪어본 그런 경험들을 마치 나만을 위한 것only for me으로 녹여내는-정서를 잡아내야 한다는걸 다시 한번 깨달았달까. TV앞에 하염없이 주저앉아서 계속 여주인공의 표정과 대사를 몇번이나 머릿속에서 반복재생.

참 그렇다. 많고 많은 이별사유 중에, 물건너 일본드라마에까지 등장한 이별소재. 그게 내 상황과 너무나 꼭 들어맞아서, 나는 나의 이 괴롭고 힘든 마음이 오로지 내것인 양 끙끙 앓고 있었는데 어쩌면 보편 중의 보편적인 상황일지도 몰라. 잠자리에 누워서 여주인공의 대사를 다시한번 곰곰 되씹어보다가 씁쓸한 마음에 잠들었다. 자 그럼 내 차례는 목표를 세워 거기에 마음과 영혼을 파는 일이겠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