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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머리

예, 뭐 그저 그렇습니다. 하하.

회사동료이자 친구인-친구의 의미가 더 크다- JH와의 문자.
- 나 많이 변했냐?
- 변했지. 다행히 좋게 변하는것 같아.
- 좋다 니. 어떻게?
- 이리저리 모든게. 모가 나있는 돌이 조약돌이 된 것 처럼?

모가 나 있는 돌이 조약돌이 된 것 처럼?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나 스스로 느끼기에는 동글동글 조약돌 같던 내가 이제는 정 맞을 일만 남은 모난돌이 된 느낌인데, 남들 눈에는 '아 이제 쟤가 인간이 좀 되려나보다' 싶기도 한가보다. 검지손가락으로 달력을 짚어본다. 하나 둘 셋 넷. 나흘만 있으면 내가 입사한지 꼭 4개월 되는 날이다. 처음 해보는 사회생활. 쿡쿡. 아직도 생각하면 얼굴이 발개지곤 하는 일 하나. 출근한지 사흘째던가, 나흘째던가. 다같이 모여 밥을 먹었던가. 나보다 어려보이는 맞은편의 직원에게 말을 건넸다. '학생은 어디 학교 나왔어요?' 너 뭥미 라는 표정으로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던 모두의 시선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흠흠. 아무튼. 난 뭐 그랬다.

힘들다고, 너무 많다고 푸념하는 내 목소리가 잦아드는 꼭 그만큼 사람들은 나를 좋게 본다는 걸 곧 알게됐다. 믿고터놓았던 내 속얘기도, 한사람을 통해 회사전체에 퍼지는건 일순간이라는 걸 알게됐다. 눈치껏 업무속도를 조절해가며 적당히 늘려 야근하는게 상사에게 사랑받는 지름길이라는 것도 알게됐다. 직장생활이라는 것을 통해서 많은 것을 알게됐고, 앞으로도 더 많은 것들을 알아가겠지. 

***

나를 좋아해주었던 사람들은 아마 나의 따뜻한 면모를 좋아하지 않았나 싶다. (아니면 말고.) 늘 꿈꾸는 듯한 아이. 어딘가 모르게 엉뚱하고, 그래서 같이 있으면 즐거운 아이. 물위의 기름처럼 현실위에 동동 떠있지만, 웃으며 즐겁게 떠있을만한 녀석.  

나는 많이 변했다. '변했냐?'라는 나의 물음은 씁쓸한 맛이었는데 대답은 의외로 달콤하더라. 좋게 변했다니. 좋다니요. 허허.
 웹툰 <심장이 뛴다>의 한 컷

사람들에게 '좋아진다'라는 소리를 들을수록 나는 속에서 썩어가고 있다. 입떼는 것도 귀찮아 멍하니 자판만 두드리고 있으면 잘한다고 한다. '넌 너무 스트레스에 약하고, 감정적이다' 라는 비아냥을 듣기 싫어서 스트레스가 있어도 꾹꾹 억누르고, 내 감정을 꽁꽁 숨기고 조용히 지내면 이해해줘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다들 좋은 사람이라고 하는데, 나는 자꾸만 나빠지는 느낌이다. 점점 나를 잃어가는 느낌이다. 코피와 눈물은, 그러니까 동시에 날때도 있는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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