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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목적인 애호

내가 아주 어렸을적에, 엄마가 분홍색 연보라색 진보라색의 향기도 향긋한 어린이용 비타민을 한병 사주셨다. 나는 끊임없이 갈구했지만 엄마는 '하루에 한개' 라는 엄격한 규정을 세우고는 내 키가 닿지않는 장롱위에 병을 올려두셨다. 닿을수없는 형형색색의 눈부신 그대여! 이룰수없는 사랑은 더더욱 애틋한 법이다.

엉엉엉. 나는 목놓아 울고, 지남이는 어땠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오랜만에 만난 세상의 낯빛이 반갑고도 또 낯설었으리라. 엄마가 잠깐 방심한 사이, 지남이가 병 가득히 들어있는 알록달록 알약을 다 먹어버렸다. 부러운 시키! 쿨쿨. 그리고 꼬박 3일을 잠들어있었다고 한다.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설움이 복받쳐오른다. 분홍색 연보라색 진보라색의 향기도 향긋한 내 사랑은 어디에! 텅 빈 약병을 보면서 찔찔찔 서럽게도 울었던 기억이 난다. 엄마는 다시 사주마 하셨지만, 그 뒤로 다시는 먹지 못했다. 내가 맛본것은 단 하나 혹은 두개였는데.

지남이가 유난히 집착에 가까운 애호를 보이는것은 새콤달콤이다. 츄이엘을 무척이나 좋아했었고, 지금도 여전하다. 가히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마이쮸를 대량으로 구입해서 책상위에 올려놓으면, 채 몇분 지나지 않아 그걸 한자리에서 다 까먹는다. 지남이가 여태 까먹은 츄이엘 종이들로 학을 접었다면 몇마리나 되려나?

어제 마트에 들려 건 자두와 건 크랜베리를 샀다. 방바닥에 누워 만화책을 보며 하나씩 집어먹다가, 그러고보니 나는 어렸을적부터 건포도를 무척이나 좋아했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그리고 계속 뒹굴거리면서 내가 유달리 좋아하는 음식들을 생각해보았다. 빨간빛의 음료, 오뎅, 맛살, 건포도, 건바나나, 커피땅콩.

두서도 없이 몇글자 끄적이게 된 이유는 아마도 요리만화를 보고있어서 그런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