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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머리

2010년 10월 13일 수요일 오후 7시 21분

뜨겁게 김이 오른 냄비를 놓았던 자리. 식사를 끝낸후 물티슈로 쓰윽 훔쳐내니 옅은 김이 피어오른다. 가만히 실눈을 뜨고 아른아른 사라지는 김을 바라보았다.

보기에 참 좋던 커플 하나가 깨어졌다. 아. 나를 더욱 가슴아프게(?) 한 건, 헤어짐을 고한 이의 얼굴에서 그늘을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프고 나면 한동안 힘들어야지' 라고 정해진 공식은 없지만 그늘 대신 너무 편해보이는 웃음때문에 사실 내가 아프고 무서웠다.

8월의 어느 저녁. 친구 생일을 맞아 함께 든 맥주잔. 친구는 연애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이렇게 말을 한다.
- 헤어질까?
- 니가 정 힘들다 싶으면 헤어지는 거고, 견딜만하면 사귀는 거고 그렇지.
- 나랑 헤어지면 딴 사람 만날꺼잖아.
- 그렇겠지.
- 그런거 싫어. 우리 추억같은거 다 잊고 (걔가) 딴 사람 만나는거...

사랑은 그런걸까? 내가 너를 너무 사랑하는데, 나 없이도 행복할 니모습을 볼 자신이 없어서 그래서 내 욕심껏 잡아보는걸까? 니 얼굴에 있어줬음하는 그늘 대신 편한 웃음만 보게될까봐 두려운걸까.

오늘 우연히 들른 친구-라고 하기엔 너무 멀고 남이라고 하기엔 조금 야박한-의 미니홈피에서 가져온 글.



라디오 사연을 소개하는중

사소한 일로 헤어졌다는 누군가의 사연에

 

배철수 아저씨는

남의 연애사엔 끼어드는게 아니라며

아무말하지않겠노라 했었다.

그리고 나서 아저씨가 말했다.

 

사소한 일로 헤어지는 일은 없어요.

사소한 일로 헤어졌다는건 전부터 그사람을

더이상 사랑하고 있지 않다는거죠

 

사랑하는 마음이 더이상 남아있지 않는데

사소한 일이 생겨버리면

사람들은 그걸 핑계로 헤어지자 말하는 거예요.

 

 

서로 사랑할때 사소한것들은 정말 사소한 것에 불과하거든요



사랑. 참 어렵다. 한 선배가 '차라리 아무감정도 못느끼는 기계가 되었으면 좋겠다' 고 사랑의 어려움을 줄줄 토로한 그마음. 나도 절절히 알겠다. 그렇지만 다들. 그래도. 사랑. 에 한표. 일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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