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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on de alone/어두운 의자 안에서

비탈리 만스키의 <선라이즈 선셋>_ 사랑하며 즐기며 살라.

지난 3월부터 손꼽아 기다렸던 영화. 달라이 라마의 '위대한' 일상을 들여다볼 수 있다니!

이 영화는 달라이라마 자체에 초점이 맞춰져있다기 보다는, 달라이라마의 책 혹은 강연을 들은 이의 소감문과 같은 느낌이다.

달라이라마의 일상이라는 말에, 사실 침을 꼴깍 삼킬 만큼 무진 기대를 했었다. 내 책상에 꽂혀있는 <용서>라는 책에 실린 달라이라마의 얼굴은 언제나 깊고 그윽하여서, 이런 얼굴을 가진 사람은 어떤 스물네시간을 살까. 얼마나 위대한 순간순간을 보낼까 하면서 늘 궁금했기 때문이다.

달라이라마의 가르침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우헤헤' 다. 그는 늘 우헤헤 하고 웃더라. 우끼끼, 우헤헤, 우헤헤헤. 그리고 그의 일상은 그야말로 일상적이어서 아무런 기대할 것도 없었고, 그런 소박하고 진솔한 삶의 태도 때문에 내 모든 기대를 충족시켜 주기도 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실내에 세워둔 러닝머신을 뛰고, 저녁에는 끼니대신 차 한잔을 마시고, BBC방송과 중국방송을 즐겨보며-소파에 앉아서 리모콘을 톡톡 두드리는 모습이 너무 좋았다- 늘 우헤헤 하고 웃고,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 한다.

영적인 사람의 일상이 영적이지 않아서 좋더라. 그의 스물네시간도 우리네의 것처럼 수수하고 수수하더라. 일전에 봉쇄수도원의 삶을 다룬 <위대한 침묵>은 너무 영적이라서 숨이 턱턱 막혔거든. 그들의 모든 순간들이 지극히 영적이고 고귀해 보여서, 그들이 쫒는 진리는 나같은 범인들은 차마 꿈꾸지도 못할 다른 차원의 저 너머에 존재하는 것 같았거든. 나처럼 TV도 보고, 웃고 떠드는 것 좋아하고, 자주 낄낄 거리는 사람이 세계의 스승이라서 좋았다. 그리고 그가 말하는 것들은 리모콘 채널을 띠로릭 띠로릭 돌리는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을 것만 같아서-이 안에 진리가 있다-마음이 편하고 좋았다. 그래서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언제나 구름처럼 몰리는 거겠지.
달라이라마의 말 중에 기억에 남는 일부를 적어본다. '믿음은 없어도 좋다. 그렇지만 사랑을 잃지 마라. 애정을 지녀라. 인간이 애초부터 가지고 있는 연민을 잘 가꿔가라' 세계공동체를 강조하면서, 애정과 사람에 대한 연민을 잘 가꿔 나갈것을 몇차례나 당부했던 것 같다. 그리고 '어차피 죽을껀데 왜 일해야 하나' 는 물음에 대해서 대답을 해 주었는데 '태양 역시 뜨고 진다. 그렇지만 떠있는 짧은 시간에 많은 것들을 한다. 그러니 태양이 떠있는 동안 즐겨라. 지면 그만이다' 라는 말.

어디에서나 흔하게 접한 말, 수백번 수천번 들은 너무나 흔해빠진 진리다. 너무나 흔해빠져서 아무도 중요성을 부여하지 않지만,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진리. 애정을 가질 것. 사람을 따뜻하게 대할 것. 순간에 최선을 다할 것.
 어떤 새로운 가르침이나, 일반인과 다른 달라이라마의 어떤 영적인 면모를 보고자 했다면 이 영화는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할 수도 있다. 빤한 진리, 빤한 일상속에 세상의 가장 소중한 것과 세상의 가장 영적인 순간이 깃들어 있다.

우헤헤.


* 절대주의와 허무주의에 빠지는 것을 경계한다고 그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