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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머리

진리는 단물빠진 껌처럼 2.

* 끊임없이 메세지를 받고 있다. '너 자신을 찾아라.' 

나는 꽤 오랜시간, 그리고 지난 몇달간은 극도로 짜증이 치밀었던 것 같다. 내 자신이 누군지 몰라서. 그리고 살면서 결국은 해내야만하는 이 과제의 무게에 대해서. 내가 짜증이 치밀수밖에 없었던 것은 나는 늘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었고, 또 죽을때까지 그러고 싶었기 때문이다.

내 자신이 누군지 모른다고, 난 그걸 결코 알수없다고 잡아떼는 나에게 누군가가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당신이 자아를 찾게 된다면, 더이상 자아를 찾으라는 메세지는 없겠지요.'

* 다들 거꾸로 가고 있다. 거꾸로 가고 있는걸 아는데, 알면서도 그 흐름을 거스를 용기는 없다. 엄마에게 웃으면서 말했다. '엄마. 참 이상하지? 다들 거꾸로 가는데, 거꾸로 가는걸 알면서도 나도 그럴수 밖에 없는 것 같아.'

* 한 아이가 주절거려놓은 글을 보고 '주접스럽긴. 자식' 하고 피식 웃어 넘겼는데, 시간이 아주 많이 지나서 세계의 몇 안되는 지성으로 꼽히는 철학자의 글을 읽다가 충격을 받았다. 내 자신의 편견과 오만함에 대해서. 세계의 지성은 내가 웃어넘긴 그 아이의 것과 똑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똑같은 내용을 개인의 홈페이지에 써놓으면 주접스럽고, 빛바랜 종이위에 깨알같은 글씨로 어렵게 써놓으면 감동이 되나. 사상 자체의 진실성보다는 배경에 좌우되는 내가 미웠다. 나는 그렇지 않아, 라고 혼자 고귀한 척은 다하고 있었군.

새삼 느낀다. 진리는 단물빠진 껌과 같은 것이라고. 누구나 아는 것, 누구가 공감하는 것. 그래서 언제든지 씹다 뱉을 수 있는 그런 것들이 진리구나. 너무 맛이 없어서 언제든지 씹다 뱉어버릴 수 있는 것. 그것이 진리다. 사람들은 입안의 진리를 너무 쉽게 뱉는다. 그리고 어렵게 구하고자 한다. 어렵게 구할수록 가치있다고 생각한다.
 
진리는 어디에나 있어. 다만 너무 흔하고 싸구려같아서 인정하고 싶지 않을뿐이야. 

* 자. 나는 언제까지, 아니 언제부터 자아찾기 여정을 진실로 시작할 수 있을까. 정말로 언젠가는 해야할, 누구나 끝마쳐만 한다면 나는 이번생에 시작하고 또 완성하고 싶어. 언제쯤이면 거짓과 핑계를 벗어버리고 정말로 용기있는 한걸음을 내딛을 수 있을까? 도대체 언제? 언제쯤이면 내 스스로의 모든것에 내 스스로가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 될까. 온전한 나의 책임. 언제쯤이면 책임 이란 낱말을 죄책감없이 순수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런 날이 과연 올까. 책임 이라는걸 달가워 할 수 있는 그런 여지가 나에게도 있을까. 

* 네가 얼마나 안타까운지 아니! 누군가가 나에게 했던 말이다. 
당연한걸요. 안타까운걸 알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워요. 

* 진리는 단물빠진 껌. 바닥에 눌러붙은 껌처럼.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 웃는다. 나는. 나는.

미칠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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