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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머리

일상을 이상으로

오랜만에 사진 몇장을 인화했다. 한동안 겨울이라 남길만한 근사한 풍경이 없었단 핑계를 대보지만, 사실은 나의 게으름이 주된 이유.

2mm가량 비껴난 결과물을 보며 사진관 총각의 센스없음에 툴툴툴. 그래도 이렇게 손에 사진을 들고 연신 들여다보며 돌아오는 길은 마음이 너무 즐겁다. 우편함의 종이편지 만큼이나 즐겁다. 친구들의 얼굴을 주욱 떠올려보며 '그래, 이건 그 애한테 잘 어울릴 것 같아.'

받을사람을 떠올리며 포스트잇을 정성껏 고른 뒤 색연필로 곡진한 한줄을 써넣는다. 그리고는 늘 쓰는 노란봉투에 담는다. 내가 마음을 전하는 방법. 예전에는 그림을 담았다면 지금은 주로 사진을 담는다는게 사소한 차이.

사진은 정말 근사하다. 수준에 따라 결과물이 판가름 나지 않는다. 않을수도 있다, 라고 말해두자. 사진기는 기계이지만 사람의 마음을 많이 반영하는 기계다. 그래서 참 좋다. 누구나 일상을 이상-上,常,그리고 想-으로 만든다. 사진기 한대만 있으면. 

다시 아름다운 계절. 나는 분홍과 초록에 내 마음을 가득 담는다. 사진이란 근사한 매개介에 감사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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