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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머리

내가 적격이라 생각해.

괜히 아침부터 엄마가 나에게 짜증을 내면 기분이 급속도로 나빠진다. 아~놔! 하고. 그렇지만 몇분만 차분히 생각해보면 나는 다 이해할 수 있어.

어느 책에서 읽었는데, 영혼들은 세상에 태어나기 전에 부모를 선택한다더군. 자기와 가장 잘 맞는 엄마 아빠를 선택한다고. 어느때는 정말로 '그건 말도 안돼!'라고 소리치고 싶을때가 있지만, 이렇게 엄마가 나를 짜증나게 하면 나는 곰곰 생각을 하지.

분명히 하느님이 영혼들을 불러놓고 말했을거야. 세상의 모든 엄마 아빠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보여주면서. '자 이번엔 이러이러한 엄마 아빠란다. 아빠는 웃음이 많은 사람이고 엄마는 다정한 사람이란다. 이 가정으로 갈 아이는 누구니?' 영혼들은 선한 마음과 훌륭한 지혜를 갖고 있기에 그 엄마 아빠가 누구에게 가장 잘 어울릴지를 안다. 웃으면서 영혼들은 나를 가리키고, 나는 얼굴을 붉히며 수줍게 손을 들었을거야. '제가 가고 싶어요' 참 많이 설레하면서.

나는 반짝이는 눈동자와 작고 붉은 심장을 안고 나의 엄마 아빠에게 왔지. 그 뒤로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무튼 이렇게 엄마가 짜증을 내는것도 다 '옵션'에 포함되어 있었을거야. 엄마는 아침부터 천사같은-후후-자식에게 짜증을 낼 수도 있는 사람이지만, 하느님과 모든 영혼들이 나를 적격이라 여긴걸봐서 아마 나는 엄마의 짜증까지 가장 잘 받아줄수있는 영혼이 아니었을까. 엄마 아빠의 짜증, 잔소리, 심부름, 그리고 눈물까지 옵션사항에 다 포함되어 있었을거야. 이렇게나 꼼꼼한 내가 설마 안 읽어봤을라구. 다만 지금은 기억이 잘 나지 않을뿐이야.

엄마의 짜증에 볼멘소리로 '아 알았어!'라고 불쑥 대답해버렸지만, 이 여인에게 가고자 했을때의 기억을 더듬어야지. 난 이래뵈도 몇억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당신에게 온거라구요. 이 천사같은 페이스-미안합니다 모니터를 부수진 말아주세요-에 좋은 성격, 하루에도 몇번씩 빵빵 터지는 유머감각, 아주 가끔 선보이는 비룡에게 빰맞을 요리실력. 아무튼 이 모든 조합이 그냥 나오는건 아니란 말입니다! 으하하하하하!

내가 혹여나 처음 마음을 잊고 엄마에게 대적할까봐, 내 동생까지 나의 지원군으로-넌 니가 나의 지원군이란걸 기억해라. 적군이 아니란 말야! 처음 기억을 더듬어!- 우리집에 와주었으니 나는 엄마를 부드럽게 이해해야지. 요즘엔 빽허그가 유행하던데, 그냥 뒤에서 엄마뱃살을 콱 움켜잡아 버릴까부다.

엄마, 우리 서로 반품할 수 없는 사이잖아. 그냥 잘해봐요.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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