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_')()()()/머리

아가야,

밝사님을 통해 아기를 위한 노래들을 알게되었다. 그러고보니 아가때 많이 들었으면서도 까맣게 잊고지낸 노래들이 제법 된다. 내가 이런 노래들을 듣고 자랐었지! 하는 반가움과 아련한 마음이 밀려온다.

아가야. 세상의 어느 생명이든 이 세상에 올때는 조그맣고 여린형태로 온다. 그 조그맣고 여린 가슴으로 온 세상을 힘껏 끌어안는다. 빵 하고 터져버릴것만 같은데 아가들은 그 작은 가슴안에 세상을 다 담아낸다.

세상의 수많은 이들은 이렇게 노래한다. '신은 당신을 사랑하십니다.' 그래요. 신이 나를 사랑한다고 쳐요. 그러면 좀 더 튼튼하게 만들어서 세상에 내놓으면 오죽 좋아요? 왜 이렇게 작고 약하게 만들었을까. 다들 인정하잖아요. 훌륭한 어른이 되려면 가정교육이 중요하다고. 주변환경이 그렇게나 중요하다고. 그러면 왜 신은, 그렇게나 사랑한다면서 세상에 내놓을때 기껏 주변환경에나 영향을 받게 만들었을까. 그렇다고 모두한테 멋진 환경을 주는것도 아니잖아. 어떤 애는 꽃밭에 내려놓고 어떤 애는 지뢰밭에 내려놔. 그런데 꽃밭에 있어도 애기고, 지뢰밭에 있어도 애기야. 그럼 어떡해. 꽃밭에 있는애는 꽃만 보고 살고, 지뢰밭에 있는 애는 지뢰보고 살지. 어쩌라는거야. 

모든 생명체는 아기의 형태를 최초로 경험한다. 부피의 작음이 엄마자궁의 크기에서 비롯된거라면, 애당초 강할수는 있지 않을까. 태어나자마자 업무처리를 잘하고, 인간관계에 탁월하고, 총명하고 지혜롭고. 세상을 살아가면서 몸으로 부딪혀 얻는게 지혜라면 태어날때부터 지혜롭게 만들어주면 될텐데. 그러면 좀 덜 상처받고, 좀 덜 헤메고, 좀 덜 고생하면서 절약한 시간만큼 재미있게 살텐데. 

과연 그래?

태어나면서부터 뭐든지 다 잘하고 똑똑하고 강하면, 엄마들은 아기를 위한 태교음악을 고르는대신 아기가 태어나면 취직할 직장부터 알아보고 있으려나.

신이 우리를 약하고 미숙한 존재로 세상에 보낸것은, 헤메고 비틀거리고 엉엉우는 그 모든 시간이 아름다워서겠지. 완전한 존재로서는 경험할수없는 그 모든 것들이 경이로움의 대상이라서겠지. 나는 이해할 수 없지만-언제까지나-세상에 와서 경험하는 모든것이 아름다움이겠지. 정말로. 

* 밝사님의 농대로, 우리반지는 쭈까쭈까 쭉쭉 커야겠사와요. 옆으로는 말고! 


'('_')()()() > 머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난은 본질에 다다르지 못하는가  (0) 2010.04.02
아무래도 혼자가 편한 몇 가지  (0) 2010.03.31
웃는여잔 다 예뻐  (0) 2010.03.28
꽃, 피어나다  (0) 2010.03.25
無의도에서 비롯된 것은  (0) 2010.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