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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매일의 얌,채식

뒷모습 : 온몸으로 느끼는 맛


이 계절을 몹시도 좋아합니다. 좋은  건 원래 세트로 팔잖아요. 오월과  유월을 묶은 오뉴월이란 말도 참 예 쁩니다.


요즘에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느라  카페에서 늘 마지막 손님을 맡게 됩 니다. 나가라는 말을 못하고 애꿎게  우리 테이블 주위만 물걸레로 닦는  카페 직원도 있고, 마감 시간 전이 지만 서둘러 테이블의 접시를 치우 며 마감시간이 다 되었음을 알려주 는 이도 있습니다.


프래차이즈 카페의 마감시간은 보통  밤 열한시. 못다한 이야기의 아쉬움 을 뒤로 하고 이 늦은 시간에 밖으 로 나와도 참 좋은 요즘. 하늘은 완 전히 깜깜하지 않아 푸른빛이 살짝  감돌고, 온도는 카디건 하나를 살짝  걸치면 딱 맞게 선선하고, 바람은  부드럽게 나뭇잎을 지나 내 귓가를  쓸어올립니다.


어제도 친구와 저녁을 먹고 카페로  가 열한시를 넘기고 미안한 마음에  서둘러 빠져나왔어요. 친구와 나는  반대방향이라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손을 가볍게 안녕! 흔들고는 헤어졌 습니다.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나는 사람의 뒷모습을 믿는 사람입 니다. 뒷모습을 오래오래 바라보는  편이예요. 상대의 모습이 아주아주  작아져서 저 멀리 사라질 때까지 오 랫동안 서서 바라봅니다. 어제도 친 구가 작아져가는 모습을 지켜보는데 , 친구가 뒤를 돌아보며 몇 번이고  손을 흔들어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는 "나 이제 안 돌아본다아"하고 크 게 외치고는 씩씩하게 돌아 지하철 역으로 가더군요. 나도 그제서야 뒤 돌아 나의 집으로 향했습니다.


나는 뒷모습을 오래도록 지켜보는  사람이니, 어쩌면 살아오며 만난 사 람들의 수만큼 뒷모습을 만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꼭 사람뿐이게요. 나 를 통과해 지나간 계절, 기억, 물건 의 뒷모습도 있겠지요. 다 기억하진  못하고, 어쩌면 뒷모습을 지켜보지  못하고 헤어지게 된 것들도 많이 있 겠지요. 초등학생 1학년 때 새로샀다가 학교에 들고가 잃어버린 지우개, 십년이 넘도록 키우던 우리집 강아지, 어렸을 때 엄마가 시내를 갈 때마다 데려가주던 작은 돈까스집, 문득 돌아가신 할머니... 뒷모습을 지켜보지 못한 것들도 수두룩 합니다.

문득 생각해요. 뒷모습의 맛은 어떤 것일까. 어쩌면 혀가 아닌 온몸으로 느끼는 맛일지도 모르겠다. 마음 한 구석이 묵직하고 눈가에 살짝 물이 맺히고, 괜시리 입술을 씰룩거리게 되는 그런 맛일지도 모르겠다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