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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on de alone : 2호점/잠자리 연필

2010년에는 호랑이 고기만두. 진짜야~!

오늘 점심. 엄마와 함께 평소에 잘가던 만두가게 들렀다. 나는 오늘 그 가게에서 말로만 듣던 무전취식을 눈앞에서 목격하게 된다.

1) 고기만두 1인분과 우동 두개를 시키고는 엄마와 마주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2)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리며 '쌔해복 많이 받으십쇼오오오오'하는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머리를 빡빡 깎고 얼굴이 빨갛게 상기된 한 남자가 들어왔다. 우리 바로 뒤의 탁자에 앉았기 때문에, 내가 만두접시에 계속 고개를 처박고 있지 않는 이상 남자와 아이컨택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  

남자는 계속 쉴새없이 큰소리로 조잘거리며 이것저것을 큰 소리로 물어댔다. 주문을 받으러 온 여자에게 남자는 이렇게 물었다. 매우 큰 소리로. '찐만두 곱배기 있어요?' 주문을 받는 아줌마도 배를 잡고 웃고 싶은 표정이었고, 우리의 옆 탁자에서 만두를 흡입하던 남학생 무리들도 평소처럼 호기롭게 웃고 싶은 눈치였지만 '찐만두 곱배기'를 주문한 남자의 표정이 비범해보였고 이미 가게에 들어온지 1분도 지나지않아 非정상인의 강렬한 포스를 온몸으로 내뿜고 있었기에, 만두를 먹던 사람들은'찐만두 곱배기'를 듣고서도 웃음을 참으며 묵묵히 만두를 흡입할 수 밖에 없었다.

남자는 어떻게든 만두를 많이 먹고 싶었던지 어쨌는지간에, 찐만두 곱배기란 존재하지 않는다 는 아줌마의 대답에도 불구하고 '그럼 만두 오천원치 있어요?'라고 묻는다. 참고로 말해두자면 찐만두 1인분은 3000원이며 다섯개가 담겨 나온다. 아줌마가 찐만두 오천원치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라고 대답하자 남자는 1인분을 주문했다.

3) 다들 아시겠지만, 갓 나온 만두는 뜨거워서 고개를 숙이고 먹을 수 없다. 만두를 한입 베어물면 뜨거운 김을 밖으로 내보내기위해 자연히 고개를 위로하고 입을 벌리게 된다. 그것이 인체의 신비다. 나는 뜨거운 만두를 물어뜯으며 간간이 남자와 아이컨택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만두를 기다리는 남자의 입안은 텅 비어있다. 고로 남자는 입안을 소리로 가득 채워 밖으로 내보내기 시작한다. 나는 뜨거운 만두입김을 밖으로 내보내면서 남자의 눈길을 받는다.

4) 남자는 큰 소리로 떠든다. '광동에는 고양이 고기로 만든 만두가 있어)!(@*_@!*_(@#$*!' 입안의 돼지고기가 고양이 고기로 느껴지기 전에 만두하나를 놈의 입에 덥석 물리고 싶었으나, 놈은 계속 똑같은 문장을 반복해서 떠들어댔다. '광동에는 고양이 고기로 만든 만두가 있어. 고양이 고기 만두. 고양이 고기 만두. 고양이 고기 만두. 고양이 고기 만두' 아... 해리가 '야 이 빵꾸똥꾸야' 하고 화가 나서 힘껏 지르는 데시벨에 미친 사람의 즐거움을 살짝 더해서 상상하면 남자의 목소리가 나온다. 만두를 먹고 있던 가게안의 사람 모두 남자를 쳐다봤지만, 남자가 뿜어내는 미친 즐거움에 아무도 용기내어 그를 입다물게 하지 못했다. 그 남자의 '찐만두 안 곱배기'가 나오고 나서야 알았지만, 그는 만두를 씹으면서도 입속의 빈공간을 이용해 소리를 마음껏 뿜어냈기때문에 그를 말릴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었다.

5) 나는 최대한 맛있는 돼지고기 만두를 즐기기 위해 남자를 의식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자 남자는 계속적으로 나와 아이컨택이 되는 가운데, 또 다른 문장을 끄집어 내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아 맞다. 2010년이니까 호랑이 고기만두야~! 호랑이 고기만두. 호랑이 고기만두. 호랑이 고기만두우우우우. 고양이 만두. 고양이 만두. 고양이 만두' 젊은 사람이 참 똑똑하다. 호랑이 해인걸 알고 있었구나. 영악한 것. 나는 최대한 고개를 숙이고 만두를 먹고 있는데, 갑자기 남자가 나를 향해 똑바로 소리쳤다. '진짜야!!!!!!!!!!!' 옴마야.

6) 아무튼 남자는 계속해서 떠들어댔고, 찐만두 다섯개 분량의 소리를 모두 쏟아냈다고 판단했는지 '감싸합니다아아아'라고 큰 소리를 외친후 가게문을 유유히 나섰다. 앗. 당황한 내가 또다른 목격자를 찾기위해 두리번 거리다 옆 테이블의 한 고등학생과 마주쳤다. 그 학생도 당황한것 같았다. 잠시뒤 아줌마가 테이블위에 놓인 깨끗한 빈 접시를 보며 어깨를 흠칫 거렸다. '이사람...갔어요?' 나를 대신해 학생이 고개를 끄덕거렸고, 가게문 왼쪽을 힐끔거리는 아줌마에게 그사람 오른쪽으로 갔어요 라고 알려줄까말까 하다가 그냥 말았다.

엄마. 그럼 저 사람은 돈도 없으면서 찐만두 곱배기를 시킨거야?
난 딱 오천원 있는 줄 알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