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品/깔

건강하게 울기 : 엉엉엉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서 이미 보여주었지요. '슬픔이'의 필요와 이유를, 그리고 슬픔이는 '기쁨이'와 뿌리를 같이 하고 있다는 것을요. (갑자기 이 영화를 보고 울었다는 친구의 말이 생각나서 잠시 웃었습니다.)

저는 출판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새로나올 책의 표지를 미리 구경하고, 종종 선택에 한마디 정도는 보탤 수 있어요. 이번에 나올 책의 주제는 '불안'입니다. 표지는 가장 그럴 듯하게 불안하면서도 왠지 독자의 구매욕구를 자극하는, 그러니까 한마디로 정리하면 불안을 얼마나 세련되게 포장했느냐가 관건일텝니다.

1안, 2안, 3안을 두고 이런저런 의견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 안 불안해보이는데?
/ 너무 불안해보여서 왠지 싫어.

'세련된 불안'같은 건 사실 없습니다. 있다면 디자이너의 수정과 수정과 수정을 거쳐 책 표지에서나 번듯하게 실릴 수 있겠지요. 너무 불안해보이는 모습은 싫습니다. 불안은, 저의 경우에는 흉측하고 꼴사납고 징그럽고 끔찍합니다. 그래서 보기 싫습니다. 지난번 말했던 마음의 불과 똑같은데요, 인정하지 않는다고 사라지지 않습니다. 인정하기까지, 마주하기까지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그래도 해내는 편이 좋을겁니다. 인정하지 않는다고 편해지지 않거든요. 이건 제가 실컷 미루고 미루고 또 미루고, 그래서 번번이 바닥을 치면서 겨우 고쳐먹은 마음이니 믿어봐도 되어요.

내면을 진심으로 들여다보면 자주 울게 됩니다. 마음이 아파서 울 수 밖에 없어요. 저는 그래서 매일 딱 30분 정도만 울려고요. 30분 울고, 깨어있는 대부분 시간에 기쁘려고요. 저도 물 빠지려면 멀었어요. 그래서 물 빼야되요.

건강하게 울기! 건강하게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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