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品/깔

마음을 끓이다 : 보글보글

최근 끼적인 저의 글에는 '마음을 끓이다' 라는 표현이 많이 등장합니다. 사전에는 '속을 끓이다' 라는 말이 등재되어 있지요. 속을 끓이다, 마음을 태우다...

속은 어떻게 끓이는 걸까요? 바로 생각으로 끓입니다. 생각 중에 뜨거운 불의 에너지를 가진 생각이 나의 속을 끓이고 마음을 시커멓게 태웁니다. 속에는 열이 차올라서 밥도 안 넘어가고, 잠도 잘 오지 않아요.

속에 난 불을 꺼야겠는데, 도무지 어떻게 끌지 몰라서 우리는 다른 생각이나 행동을 끌어와서 이 불을 덮으려 애씁니다. 흔히 하는 행동은 술을 마시거나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것들이고, 생각으로는 쇼핑이나 TV 같은 자극적인 소재를 찾아 잠시 나의 생각을 다른데 팔아버립니다.

그렇지만 그 불이 꺼질까요? 불이 났는데 그 불을 두꺼운 종이로 잠시 덮어둔다고 해서 그 불이 꺼질리가 없습니다. 오히려 종이를 먹은 불은 시간이 지나면 더 크게 번져서 나를 더욱 괴롭게 할 뿐이지요.

저도 물론 잘 안되는 사람이지만, 불을 끄기 위해 가장 첫 번째로 할 일은 '불을 끄겠다'는 의도를 가지는 것입니다. 가슴 속에 불이 났는데 그저 방관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방법이 없다거나, 인생은 원래 그런거라거나, 남들도 그렇게 산다거나... 아니, 남들이 해본 방법이 나에게 먹히는지 안 먹히는지는 해봐야 하는 것지요. 그리고 남들이 그렇게 산다고 나도 그렇게 살래요? 나는 나 입니다. 나는 나.

불을 끄겠다는 야심찬 의도를 마음에 세운 다음에는, 불이 난 곳을 찾아야 합니다. 사실 이 부분이 참 어렵습니다. 불난 곳에 부채질도 실력이 있어야 되는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불난 곳 찾기가 제법 어렵습니다. (저의 수준으로는요.)

어렵사리 불난 곳 까지도 찾았다. 그럼 뭘하냐? 꺼야지요. 어떻게 끄냐? 다 해봐야 합니다. 물도 부어보고, 모래도 부어보고, 그릇도 덮어씌워보고... 여러 방법이 있습니다. 어떤 방법이 맞다고 이야기 해드릴 수는 없어요. 사람마다 마음에 지니고 있는 땔깜의 종류도 양도 다르고, 불의 힘도 다르기 때문에요. 저도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고, 포기 그리고 다시 시도의 숱한 과정이 있었습니다. 아주 지긋지긋한.

그렇지만 그 시간들 중에서도 '불을 끄겠다'는 의도를 꼭 마음에 세우고 노력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힘들꺼면 굳이 애써서 불을 왜 꺼냐되냐. 모든 수행의 목적과도 같은데요, '마음편하게,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입니다.

불이 난 채로 살아도 버틸만하다, 견딜만하다 하시는 분들은 그렇게 사시는 것이고, 나는 도저히 못 살겠다, 뜨거워서 미쳐버릴 것 같다, 사는게 사는게 아니다 하는 분들은 불을 끄려고 아등바등 뭐라도 해보겠지요. 전 철저한 후자였습니다. 지금도 애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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