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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on de alone/어두운 의자 안에서

<우리말 겨루기>_ 홍성옥 할머니, 너무 멋져요!

어제 <우리말겨루기>를 보는데 연말이라 왕중왕을 가리는 자리였다. 자신만만 패기넘치는 박도현 씨와 홍성옥 할머니가 왕중왕 자리를 놓고 최종결투를 벌이게 되었는데, 모든 것이 정반대인 두사람의 대결이라 더 흥미진진했다. 박도현씨는 경기내내 자신감 넘치는 태도와 말투로 좌중을 압도했고, 스스로의 긴장을 풀려는 노력이었는지 자연스런 태도에서 나오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간간이 농담도 섞어가며 시종일관 유머러스한 태도를 잃지 않았다.

반면, 홍성옥 할머니는 말하는 내내 목소리가 달달달달 떨렸으며 자신의 차례에서는 잔뜩 긴장한 모습이 안쓰러울 정도로 역력했는데 그 와중에서도 왕중왕 진출권을 거머쥐었으니 참으로 대단한 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혹자는 '나이가 많으신분이 당연히 유리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겠지만, 글쎄. 방송퀴즈라는게 연륜만으로 되는것이 아니지 않을까? 일단 퀴즈에 쓰이는 도구가 젊은이들의 것이고(터치펜), 퀴즈의 방식도 상당수 '실력'보다는 '순발력'을 가늠하는 것이 많았다. 홍성옥 할머니도 이런 문제에서 고전하는 모습이 보였는데, 할머니의 생활에서 터득한 지혜와 ('볏술'이 답으로 나온 문제가 나왔는데 홍성옥 할머니가 맞추었다. 할머니는 볏술을 종종 마신다고 하며 웃었다.) 그녀 특유의 꼼꼼함으로 슬기롭게 어려운 관문들을 잘 통과했다. 다만 아쉬운 것은, 할머니가 하나만 더 맞추었더라면 그녀가 왕중왕이 될수 있지도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문제 하나차이로 박도현씨가 1위를 하게 됐는데 문제 9개만 더 맞추면 왕중왕 달인이 되는, 그 첫번째 퀴즈에서 너무나 허무하게 고배를 마셨기 때문.

9개중의 첫번째 퀴즈가 '의문에 싸이다' 일까 '의문에 쌓이다'일까 였는데, 여태까지 잘해온 것 답지않게 너무나 허무하게 '쌓이다'를 선택하는 바람에 그만 땡! 그래도 끝까지 웃음을 잃지않고 잘 마무리하는 박도현씨의 모습. 아. 아무튼 젊은 나이에 우리말에 그토록 조예가 깊다는 것도 놀랐고, 나이를 핑계로 도전을 포기하지 않는 홍성옥 할머니도 너무나 멋있었다. 두분께 모두 박수를!

* 네명의 왕중왕이 아무도 못맞춘 문제 딱하나 내가 맞췄음! (무한한 자부심을 느낀다 +ㅅ+) 정답은 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