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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머리

우리들은 뚜렷한 선 하나를 나눠 가졌네

 

△ 문법 같은건 개코도 없습니다.

 

 

 

우리들은 이제 해마다의 2월을 기억하게 될까? 아름다운 하루를 함께 나눠가졌던 다섯명 중 이번엔 웨일러. <한여름, 아니 한겨울 밤의 꿈> 이라는 잡지 글에 나오는 친구이기도 하다. 올해는 어디를 여행하는 중이냐고 묻기에, 여행은 가지 않았다고 했더니 얼마전에 또 태국을 다녀왔다고 했다. 웨일러랑 나랑은 다섯명 중 가장 오래 시간을 보냈는데, 무계획 여행이니 빠이에서 치앙마이로 넘어가 무작정 시간을 보내겠다는 내 말에 쭐래쭐래 따라와 오토바이 한 대를 나눠타고 같이 사나흘을 신나게 치앙마이를 누볐었더랬다. 또렷하네. 밤공기를 가르던 속도와 덜덜 떨리게 춥던 온도와 너무너무 아름답던 밤하늘. 웨일러가 날더러 '망고 빠순이'라며 자주 사줬던 신선한 망고도 기억나고. 이맘때의 태국은 정말로 근사했는데. 아아.

 

 

태국은 여전히 아름답고 근사하냐고 물으니 '너희와 함께한 시간이 최고로 베스트' 였노라며, 특별히 아름다울 것이 없었다고 그때만큼 좋지 않았다고 했다. 다행이야 웨일러. 배아플뻔 했어. (낄낄)

 

 

일은 어떠니, 잘 지내니 라는 웨일러의 계속되는 물음에 '그냥 잘 지내' 라고 적당히 대답했고 '너는 아직 누나 옷가게에서 일 하느냐' 라고 물었다. 아니랜다. 독립해서 자기 가게를 연지 반년인데 처음이라 잘 안되고 생각지 못한 부분들이 많았고 서툴러 적자를 많이 봤다고 했다. 힘내라는 말을 하면서 왜 남의 일에는 이토록 너그러운가, 에 대해서도 잠깐 생각해봤다. 단지 남의 일이니까? 자신의 일에 유독 표독스러운 사람들, 나같은 사람들이 유독 남에게 너그럽다. 긁적.

 

 

웨일러에게 자세한 사정은 말하지 않았지만 나만 잘 지낸다고 하면 섭섭할 것 같아서 '새로운 회사를 알아보고 있어'라는 말을 해줬더니, 회사를 또 바꾸냐며 '너는 중국어를 할 줄 아니까 차라리 그 쪽으로 나가보면 좋을꺼야. 여행사 가이드도 좋고...' 라며 이런저런 조언을 해준다. 고마워 웨일러. 나 근데 요즘 같아서는 방을 돌돌돌 말아서 등에 쏙 짊어지고 빠이 어디에 꾹 짱 박혀 있거나, 아니면 그냥 작은 꽃집의 아가씨가 됐으면 좋겠어. 꽃일이 보기보다 힘쓸 일도 많고 고되다고는 하더라만 좋아하는 것들에만 그냥 푹 파묻혀 있고 싶구나. 그거 알아? 좋아하는 것만 쫓는 사람들을 세상은 어리석다고 하지만, 좋아하는 것들에만 둘러싸여 사는 것도 어마어마한 노력이 필요한 일이라고. 나는 그걸 못해서 안달이 난거고.

 

 

어쨌거나 해마다 2월이면 이렇게 너희들과 아름다운 밤하늘을 떠올릴 수 있어서 좋겠다. 2월은 안 그래도 좀 근사한 달이기는 했는데, 베스트가 추가 되었네. 너희 덕분에. 언젠가는 꼭 한 번 다시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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