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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장애 : 후회 안해?



영화 캐롤에서 주인공은 사랑에 빠진 다음에야 뭔가를 결정할 수 있게된다. 남자친구와 결혼할꺼냐는 캐롤의 물음에 '저는 점심메뉴조차 못 고르는 사람인데 뭘 결정할 수 있겠어요' 라고 답하며, 캐롤이 권하는 담배를 거절하지 못하고, 얼떨결에 캐롤과 같은 메뉴를 주문한다. 음료도 물론.

시종일관 어물쩍대다 인생 볼일 다 볼 것 같은 이 여자에게 사랑이 찾아오고, 그녀는 비로소 마침내 용감해진다. 다시 재회한 캐롤과 마주앉아 캐롤이 권하는 담배를 거절한다. 자기를 미워하느냐는 캐롤의 질문에 "내가 어떻게 당신을 미워할 수 있겠어요."하고 또랑또랑한 대답으로 받아친다. 사랑이 그녀를 변하게 한 것이다. 모든 것에 희미하기만 하던 그녀가 드디어 색깔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나에겐 사랑이 필요한 것인가. 아무 것도 결정하지 못한다. 이 도시를 떠날지, 눌러앉아 계속 일을 해얄지, 나는 계속 일하기를 원하는지 원하지 않는지, 오늘 저녁에 밖으로 나갈 것인지 그러지 않을 것인지. 나에겐 뜨겁고 뜨거운 사랑이 필요한가. 이 모든 결정을 하찮고 시시한 것으로 만들어 줄?

이 사람을 좋아하겠다, 나는 이 사람을 사랑하겠다, 하는 선택의 순간이 아니라 사랑은 그저 빠져들고 마는 것인데 그 '어쩔수 없음' 하나가 나머지 모든 것들을 분명하게 만들어 버린다는 것은 정말 매직이다.

사랑에 빠져있을 때의 내가 모든 것을 잘 결정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대체로 행복했다는 것은 확실하다. 그 행복감이 잘못된 선택지에 대해서도 너그럽게 관용을 베풀어주었던 것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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