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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머리

그때가 아니면

'그때가 아니면'
꽤 오랫동안 나의 프로필 메시지였다.

나는 비교적 손이 바쁜 자취생이다. 흔히 사람들이 내 손을 보면 '일 안하는 손' 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자취 5년차에다 유학 2년에다 이런저런 고생도 나름했는데 어찌 일을 안 하겠는가. 조금만 방심하면 모든 물건이 제자리를 일탈하기가 일쑤인데다 나는 그런 '혼돈의 카오스' 상태를 못 견뎌하기 때문에 늘 뭔가를 제때에 해치우려 노력하는 편이다.

요리를 하면서는 설거지를 바로바로 하고, 물건을 산 즉시 포장지는 분리수거해서 내다 버리며, 샤워를 하면서는 욕실 바닥 물청소라도 하는 편이고 음악을 들을 때는 냉장고 혹은 책상 정리라도 한다. 뭐든 마음먹고 각잡고 하겠다고 미루다보면 어차피 안하게 된다는 것을 이미 오랜 경험으로 지겹게 알지 않던가. 나란 인간이 '복습'같은 것은 적성에도, 체질에도 전혀 맞지 않는다는 걸 진즉에 깨쳤더라면 그 긴 학창시절 내내 '복습을 해야한다'는 의무감과 죄책감에 사로잡혀 지내진 않았을텐데. 그 하기 싫은 공부를 뭣하러 시간내어 또 한단 말인가. 결코 그럴수 없었음이 맞다.

나중에 다시 해야지.
나중에 다시 와야지.
나중에 다시 만나야지.

나중은 없다. 혹여 있더라도 나중은 그때에 생각했던 그 나중이 아니다. 그냥 다른 시간인 것이다. 정리정돈에 유난을 떠는 것처럼 마음에도 그럴 수 있다면 정말 좋을텐데. 어찌된 일인지 마음의 일만큼은 시큰둥해서, 자꾸만 꾸역꾸역 미루고 미뤄버린다. 치워야 할 것이 정말로 산더미인데.

그때가 아니면.

그때가 아니면 정말 힘들어진다.
뒷수습이 감당 불가의 영역으로 들어선다.
방안의 쓰레기를 버티고 버틴대도 언젠가로 미뤄진 오롯이 당신의 몫일 뿐이다. 마음도 그렇다. 이 마음, 저 마음, 마음 속에 떠오르는 수만가지 상념들을 버티고 버틴대도 언젠가는 마주하고 해결해야 할 순간이 온다. 그리고 나중의 그때는 너무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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