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에서 하는 연극 티켓이 생겼다. 종일 몸을 추스리지 못하고 느적거리다가 겨우 씻고 연극을 보러 나섰다. 가는 길에 서점에 들러 사노 요코 할머니의 동화책을 다시 샀다. 고향집에 있는 책들을 보러 가기엔 시간이 잘 없다. 두 권씩 생기는 책이 늘어나는 중.
연극을 보는데 몰입이 하나도 안됐다. 배려라곤 조금도 없이 컴컴한 극장 안에서 5분 간격으로 핸드폰 불빛을 확인하는 앞사람 때문일까, 뭘 자꾸 뒤적이는지 연신 부시럭거리는 뒷사람 때문일까, 그냥 나 때문일까.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고 한시간 가량을 버티다가 중간에 나왔다. 피로도가 상당하다. 배우들이 덜 열심이었던걸까. 아마 재작년이었겠지, 아주 작은 극장에서 봤던 1인극 가 떠올랐다. 나는 오열하면서 봤다. 극이 끝나고도 한참을 울었다. 공든 탑이 무너지더라도 탑 쌓을 때 들인 정성은 어디가지 않는거라고, 그 때 그 말이 내 맘속에 탑이 되었다.
진짜들은 자꾸 어디로 숨는걸까. 어디로 사라지는걸까. 집에 와서 사온 동화책을 읽었다. 나는 이제 너무 어른이 되어버려서 한 권 읽는데 1분도 걸리지 않는다. 슬프다. 사노 요코 할머니는 동화책에서도 진짜로 살라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요즘 내 다이어리에 칸칸이 박히는 글은 죄다 '살아있음'에 대한 것들이라 나도 놀랐다. '살아있고 싶다' 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매순간 적확하게 깨어 나를 알며, 번번이 자신에게 묻고 싶다. '행복하니?'
진짜로 살기란 왜 이다지도 어려울까. 어쩌다가 우리는 관객만을 위해 가짜 연기를 펼치게 됐나. 그런 연기는 금방 들통나 버릴텐데.
진짜, 진짜가 되고싶다.
찐한 내가 되고싶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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