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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날씨

2015년 1월 8일 : 겨울의 한숨에 대하여

 

△ 와 공룡!

 

 

 

 

1. 겨울의 한숨

 

 

벌써 십년도 이전의 겨울이겠구나. 수능을 마치고 우리는 아마 무슨 고기부페라는 데를 갔다. 양껏 먹겠다고 들어갔는데 딸내미 넷이서 뭘 얼마나 먹은지는 모르겠다. 두둑히 부른 배를 안고 겨울 속에 우뚝 서있는데, 우리 중 하나가 힘껏 숨을 참았다가 아 토해내며 '용이야 용' 이라고 낄낄거렸다. 나는 그 용을 오래 바라보았다. 해마다 겨울이면, 나도 모르게 한숨을 하 토하게 되는 날이면 나도 그애가 했던 것처럼 숨을 있는 힘껏 참았다가 아 토해내고 내가 낳은 용을 바라본다. 그리고 옛날 옛날의 그 겨울을 떠올려본다.

 

 

 

2. 겨울은 한숨을 쉬지 않을 수가 없어

 

 

버릇처럼 툭하면 한숨을 토해내는 사람을 알고 있다. 그 버릇을 비롯해 몇 가지 사소한 몸짓들이 영 마뜩찮아 눈에 띨 때마다 지적을 하곤 했는데, 어느 날도 마찬가지였다. 그 애가 하 하고 한숨을 토해냈다. 도대체 왜 그렇게 한숨을 쉬는거냐 힐난하였더니 그 애의 답이 대충 이랬다.

'겨울이면 내 안이 텅 비어서 숨을 하 하고 뱉지 않을 수가 없어.'

그 애를 썩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그 애의 한마디는 썩 좋았던지 오래 기억하고 있다. 그 애에게 중요한 모든 것들은 나에게 닿는동안 사소해져 버렸지만, 그 아이의 사소한 한숨이 나에게 가장 크고 중요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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