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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날씨

2015년 12월 5일 : 글로도

 

 

 

 

 

아침에 창원사는 친구에게 카톡이 주륵 왔다. 이번에 나온 12월 잡지 보낸 것을 받은 모양.

 

'니 글은 딱 제목만 봐도 알긋다. 글쟁이 느낌 물씬이네. 멋지다!

이런 잡지 읽으며 이런 글 쓰는 사람들은 디기 먼 사람들 같았는데 이 글 쓴 사람이 친구라니 신기해하는 중이야.'

 

 

글쟁이.

소금쟁이도 뚜쟁이도 아니고 글쟁이.

지난주에 열린 송년회에서 만난 광수오빠도 나에게 그런 말을 했었지. 잡지사에서 글쓴다고 하니, 여전히 글쓴다고 하니

'글쟁이가 되었구나' 했더랬다.

'글쓰는게 꿈이었어' 무심결에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에 광수오빠가 그랬다. '알지, 너 글쓰고 싶다고 늘 그랬잖아.'

 

5년 후에 글쓰는 사람이 되었으니, 어쨌든 여전히 쓰고 있으니 나 반틈은 성공한건가? 피식.

 

 

솔직히 말하면 글쟁이라는 말은 자신이 없다. 나와는 아직 거리가 멀다.

글로 먹고 살기는 하지만, 왠지 글쟁이라는 말은 너무 크고 무겁고 대단한 것만 같다.

나는 글로 평생 먹고 사는게 꿈이긴 하지만, 더 정확히 말하면 글로'도' 먹고 사는게 꿈이거든.

글로도 먹고 살 수 있다면 그것도 정말 멋진 일일꺼다. 글로도 먹고 살다가 비로소 나중에 글로만 먹고 살게되면

그때서야 나는 글쟁이라는 말앞에 작은 어깨를 펼 수 있지 않을까.

 

 

 

*

 

 

 

오늘 정말 바빴다. 집안일만 해대도 얼마나 하루를 빨리 써버릴 수 있는지 절감했다. 오늘 날씨가 정말 좋았다. 겨울에 찾아온 오랜만의 가을같아서 동네에는 가까이 요 앞 수퍼에 나갈 요량으로 반팔에 반바지를 입은 남자도 보였다. 이런 날은 어디로 근사하게 떠나면 좋을텐데. 당장 어디로 떠나진 못하니 동네 까페에 가서 책이나 좀 볼까 싶기도 하고, 기차를 타고 훌쩍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싶기도 한 마음이 왔다갔다 근질근질한 날. 그러나 이 모든 마음은 게으름에게 지지. 낮에 잠깐 나갔다가 영화를 한편 볼 요량이었는데, 또 상영시간이 다되어 예매를 취소해버렸다. 나가기 귀찮아 진 것이다. 오늘 도서관 책도 반납해야 하는데. 연체로구나.

 

 

빨래를 두 번 나눠 돌리고, 설거지를 하고, 찬장에 넣어야 할 것들을 비로소 넣고, 방에 어지럽게 널린 머리카락도 닦아내고, 꽉 찬 쓰레기 봉투와 분리수거한 재활용품도 내놓고, 작년에 사놓은 창문에 붙이는 뽁뽁이도 비로소 큰 창문 네 장에 겨우 붙이고 - 결국 또 쭈글쭈글이다. 내 나름의 최선을 했다는 것에 창문과 합의를 봤다 - 세탁기의 거름망도 분리해서 씻었다. 이 좋은 날씨를 집안에서 다 써버리다니 좀 아까운 마음이지만 어쩌랴. 이제 나의 모든 친구들은 나만 쏙 빼놓고 연애를 하기에. 한숨 돌리고 나서는 온 방의 불을 다 꺼놓고 <늑대 아이>를 봤다. 새로산 민트티도 한 잔 우리고, 지난 2주간의 무한도전을 다운받아봤다. 내일은 잊지 말고 책을 반납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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