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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on de alone/어떤 낱말들의 모임

박상륭 <죽음의 한 연구>_ 첫 문장의 미덕

 

 

<죽음의 한 연구> 첫 문장을 소리내어 읽어보았습니다.

 

 

 

 

문장이라는 것은 이렇게 입 밖으로 소리를 내어보기 전에는 그 매력을 통 알 수 없다. 세상엔 쉬운 일인데도 불구하고 해볼 기회가 없거나 '한 번 해봐야지' 하는 단순한 결심이 서지 않아서 재미를 놓치는 때가 많다. (p.316)

 

 

400글자에 이르는 이 긴 문장은 우선 어디서 숨을 끊어가며 읽을지부터 고민해야 한다. (중략) 한 문장을 이처럼 길게 쓴다면, 그것을 읽게 될 사람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작가에게 큰 부담이 된다. 문장을 길게 쓰면 쓸수록 틀린 문장이 될 가능성이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길게 쓰면서도 문법에 잘 들어맞도록 쓴다는 건 여간 노력해서는 잘해내기 힘들다. <죽음의 한 연구> 첫 문장은 완벽한 한 문장이다. 게다가 문장을 읽었을 때 입안에서 맴도는 감칠맛이 일품이다. 긴 첫 문장은 마치 흰 쌀밥을 입안에 넣고 오랫동안 씹어 단맛이 날 때처럼 읽는 맛이 좋다. (p.321)

 

 

 

<내가 사랑한 첫 문장 / 윤성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