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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날씨

2015년 9월 3일 : ○

 

술에 취해서 걷기 싫을 법도 한데, 사실은 머릿속에 온통 '아 택시타고 싶다'가 가득한데도 굳이 걷는다. 그리 멀지 않은 거리이기도 하고 자박자박 걸으면서 술기운을 가라앉히는 것도 좋고, 무엇보다 밤 공기가 좋다. 한참 밤공기가 촉촉 좋을때이기도 하니까. 마침 잠깐 소낙비가 내렸었고. 밤 열한시 속을 자박자박 걷는다. 습한 공기와 음식 냄새들이 마구 뒤섞여있다.

 

 

오늘 새로 알게된 남자애가 괜찮아서 현진과 엮어주려고 아저씨처럼 능글맞게 굴었더랬다. 효과가 있었는지 어쨌는지 정말로 잘 될 낌새가 보인다. 그런 생각을 하며 혼자 웃었다. 갑자기 코작가가 술집에서 나와 길거리에서 나를 붙들고 큰 소리로 말한 이야기도 기억난다.

'코 : 젊은 남녀가 연애를 해야지! 너 나이가 얼만데 언제까지 이럴꺼야!'

'종호 : 반기자님 오키로빼고 연애한대요.'

'코 : 야! 날 봐. 연애와 날씬한 건 아무런 관계가 없어. 나 봐. 하나도 안 날씬하잖아. 저기 현진이를 봐. 얼마나 날씬해. 근데 쟤 연애 못하잖아!'

아니, 그냥 나는 좀 더 예뻐지고 싶다는 거였는데... 뭔가 변명을 할 여지도 없이, 코작가의 논리가 너무 딱딱 들어맞아서 한마디도 못했다.

 

그런 이야기들을 떠올리며 웃고 걷는 비섞인 밤이 좋구나. 그래도 사실은.

 

 

 

 

삶에 동그라미가 하나 빠진 기분이다. 그 동그라미의 크기를 가늠하려 애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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