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야근에서 빠지던 사진 담당 종호와 일러스트레이터 코작가도 참여하는 대 야근. 오늘 입사 이래 편집실과 디자인실 전체멤버가 야근하는 기념비적인 날이다.
근호 실장님 : 야! 쏘주 까자. 다 야근하는거야?
나 : 밥 시켜요~
코 : 치킨 시키면 안 돼? 나 아까 반지 니가 치킨 그리는게 좋을 것 같다고 해서 그리다가, 치킨이 먹고 싶어.
현진 : 그래! 치킨 먹자.
라대리님 : 저는 밥 먹을래요. 새우 볶음밥.
('밥이 보약'이라는 찌라시를 돌리는 별로 맛있지 않은 밥집과 굽네 치킨에 주문)
모여앉다보니 어쩌다 전쟁 얘기.
나 : 근데 북한이 노리는게 뭐야?
라대리님 : 확성기 방송을 하지 말라는거죠.
나 : 확성기에 뭐가 나오는데요?
현진 : 사람 사는 얘기도 나오고... 걸그룹 노래도 나오고 그러나 봐. 그걸 듣고 있으면 북한사람들이 '아 남한에는 괴물이 사는게 아니라 우리랑 똑같은 사람이 사는구나' 싶대.
나 : 틀지 말라면 안 틀어야지.
코 : 그래서 안 틀었는데 지뢰 터트려서 다시 트는거야.
나 : 두데(두시의 테이트) 같은걸 트는건가?
코 : 그 확성기를 틀면 20km까지 다 들린다는데. 그럼 김포까지 들리는건가? (코와 고현진은 김포에 산다)
나 : 김포는 너무했다.
코 : 아니야. 그때 밤에 무슨 펑 소리나서 우린 폭탄 터진줄 알았어.
나 : 그럼 뭐야?
코 : 불꽃이었어
나 : 누가 터트린건데.
코 : 김포시에서 행사한다고.
현진 : 그때 다들 대피하고 난리도 아니었을껄. 내 동생도 옷갈아 입고 뛰쳐나갔어. 홍대로. (놀러)
나 : 허!
근호 : 종호는 전쟁나면 다시 군대가는거 아냐?
종호 : (울듯말듯) 으하하하핳
현진 : 라대리님은 안가요?
라대리님 : 늙은 아저씨들은 안가요. 저는 민방위죠. 백성 민. 생업에 종사해야해서 3교대를 해요.
근호 : 종호 군대 안가면 내가 꼰지를꺼야. 니가 내 총알받이 해야지~
나 : 그 때 안가면 영창가는건가? 끌려가나?
현진 : 그러고보니 예전 회사에서 같이 일하던 남자애가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끌려갔어. 군대에서 온 사람들한테. 군대 오라고 날아왔는데 안갔다나봐.
라대리님 : 친척이 없었나? 몇 차례 오라고 할텐데.
근호 : 알면서 안간거야.
나 : 의자에 앉아서 끌려나가면서 페이드 아웃 했구만.
다함께 : 낄낄낄
(먹으면서 먹는 얘기)
팀장님 : 홈런볼 바나나맛이 있었대. 먹고 싶어?
나 : 뭐든 홈런볼은 인생의 허무함을 알려주는 맛이니까 감싸면 허무하게 맛있어요. 홈런볼 아이스크림도 맛있고!
현진 : 맞아!
코 : 나 찰떡 아이스 먹고 싶다.
현진 : 나도.
근호 : 눈치 게임할까?
팀장님 : 일!
나 : 어어어 이렇게 하는거예요?
누군가 : 이!
누군가 : 삼!
.
.
.
종호 & 라대리님 : 육!
다함께 : 찰떡 아이스 아니면 안 먹으니까, 찰떡 아이스 찾아서 사오세요.
근호 : 없으면 퇴근해. 풰이드 아웃~~
.
.
.
(코작가 어머니가 마트에서 커다란 렛잇고 수건을 단돈 천오백원에 획득하는 행운을 누린 얘기를 들으며, 그 수건으로 사무실을 장식.
렛잇고 노래를 틀어놓고 거기 맞춰 연극도 잠깐. '두유워너빌어스노우맨~오케이 바잉' )
△ 나랑 근호선배. 코작가 자리에 겨울왕국 건국 중. 렛잇고~~
(30분 경과)
코 : 왜 안오시지? 진짜 찰떡 아이스 못찾은거 아냐?
나 : 곧 오겠네. 둘다 양반 아닐껄.
(정말로 곧 돌아온 두 남자. 땀 헉헉)
종호 : 찰떡 아이스가 없어요. 다이소까지 찾으러 갔다왔어요. 인증샷도 찍었어요.
△ 좌 라대리님, 우 종호.
라대리님 : 찰떡 아이스가 없나봐요. 구로에 사는 임신 22주차 주부도 찾고 있는데 못 먹었대요. 7월 29일에 그 말을 올렸던데. (역시 라탐정이다. 그의 앞에서 거짓을 고했다간 바로 그 자리에서 '잠시 검문 있겠습니다' )
나 : (구로, 찰떡 아이스, 임신 키워드 넣고 검색 중)
라대리님 : 까페글에 찾아야 해요. 검색어는 '찰떡 아이스 파는 곳'
나 : 헐. 진짜 있어.
△ 맘스홀릭 베이비 까페. 구로/ 영등포맘, 7월 29일자.
.
두 남자가 홍대 인근을 뒤졌으나 찾지 못한 찰떡 아이스대신, 배스킨 라빈스를 먹으며 창업자가 아이스크림 많이 먹어서 죽었단 그 말을 할까 말까 잠시 고민했으나 하진 않았다.
(*) 보너스 . 아이스크림 사러 자리비움한 라대리님 자리. 누가 내 책상 더럽다고 신고했냐. 나는 그래도 책상이여.
젠틀한 생김새와는 다르게 이 상태에서 늘 고요히 일을 하는 라대리님.
며칠전 작업물 때문에 의논을 하러 여기에 갔다가 흠칫 놀라
나 : 대리님, 책상이 너무 더러운거 아니세요?
라대리님 : (고요하고 온화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그럴리가요.
정말 그럴리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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