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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머리

그러니까 종원씨가

 

 

 

 

 

 

안되는 걸 가지고 끙끙거리는 그 시간에 잘 할 수 있는 걸 더 잘하면 좋을텐데. 잡아놓은 글쓰기 주제 때문에 끙끙거리다가 아침을 뭉개고 쓰고 있던 기사의 마무리도 깔끔하지 못하게 후다닥 끝내버렸다. 취재도 명확한 방향으로 흐른게 아니라 시장에서 과일만 잔뜩 보다 왔네. 쩝. 사진자료가 필요해 종원씨에게 독촉을 몇 번 했더니 오늘 미안하다고 파일을 보내왔다.

 

 

미안해요. 늦었어요. 어머니가 갑자기 쓰러지셔서 고향에 왔어요.

네?

 

 

미안하고 화들짝 놀란 마음에 어찌된 영문이냐 물어보니 다행히 지금은 괜찮아지셨다며, 기사 나오면 어머니가 좋아하실 것 같단다. 종원씨는 자기 책 만드는 사람인데 어머니가 기사보고 새삼 좋아하시겠느냐 물었더니 분명 좋아하실꺼라며 웃었다. 뜨끔. 나는 어쩌면 누군가의 삶을 종이에 옮기는 사람인데, 그 종이를 보고 또 다른 누군가는 분명 기뻐하고 웃음지을 수도 있는데 누군가 웃을 권리를 내가 함부로 해서는 안되지. 내가 함부로 앗아서는 안된다. 내일 다시 써야지. 다시 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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