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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머리

너는 엉뚱해

 

△ 와 무지개다! 내 외침에 몇몇이 쪼르르 따라나왔다.

유리창에 쪼개진 햇빛이 바닥에 만들어내는 그림자였지만 그래도 어떠랴. 예쁘기만 한걸.

 

 

 

 

입사한지 이제 삼주쯤 되는 동갑내기 그림작가가 나를 보고 말했다. '넌 좀 엉뚱한 것 같아.'

'음...칭찬이야?'

'글쎄. 그렇지만 나도 엉뚱해.'

'넌 생일이 언젠데? 2월이야?'

'아니 오월.'

'오월은 무슨 자리야?'

'황소자리.'

'아!'

 

 

 

입사한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 함께 촬영을 다니던 종호도 문득 까페에 마주앉았을 때 나에게 이런 말을 했었다.

'반기자님은...좀 이상해요.'

'네?'

'사람이 착하고 배려도 잘해주고 좋은데...좀 이상한 것 같아요.'

'어디가?'

'그냥...이상해요'

 

 

 

*

 

 

 

오늘부터 퇴근 후에 글쓰기 수업을 듣는다. 한 주에 한 번, 열 번을 듣는데 듣고나면 10월이 다 가있는 그런 수업이다. 또 가을이 오나? 가을이? 해마다 반복되는 계절의 동그라미는 패턴이 빤해 예측을 하나도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여전히 궁금하게, 기다리게 한다. 속까지 훤히 빤히 다 알면서도 여전히 좋아한다. 진정한 밀당의 고수. 연애는 이렇게 해야하는데. 제 것을 다 보여주면서도 여전히 상대방을 설레게 할 줄 아는 것!

 

 

네모난 강의실에 얼굴을 마주보고 앉아 한명씩 돌아가며 간단한 자기 소개를 했다. 나는 남에게 생각을 말하기 싫어하는 버릇이 있다. 아주 사소한 것까지도 말하기 싫은 것이다. 가까운 몇에게는 사소하고 가느다란 많은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천진한 얼굴로 '작가님이 술을 많이 먹던데 강의는 어떻게 할지 궁금했어요' 라고 말했다. 그런 얼굴로 또박또박 말하고 앉아있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를 즐거운 20대로 생각한다. 좋구나, 젊음이라는 것은 하는 표정이 되어서 말이다.

 

 

 

*

 

 

 

감기기운에 잠시 병원에 다녀온 현진이 돌아와 내 책상위에 살그머니 양말을 올려둔다. 아. 늘 맨발에 운동화를 신고다녀 상처투성이인 내 발을 보고 양말 좀 신고다니라기에 '나 양말이 없어.' 랬더니 양말을 사온 것이다. 포근포근하다. 아까워서 어떻게 신겠니! 라면서도 신이 난 손가락은 양말 포장을 뜯는 중.

 

 

현진아, 고마워.

 

 

 

*

 

 

오르막을 헉헉대며 등줄기에 땀을 쭉 흘리고 옷을 흠뻑 젹서 방으로 들어선다. 바로 샤워가 답이겠으나 언제나 몸은 끈적한 채로 두고 '사치를 하겠어! '라면서 잠시간 에어컨을 빵빵빵 틀어제낀다. 요즘 도시락을 싸다니므로 쌀을 씻어 불려놓고, 아침에 급히 나가느라 늘어놓은 화장품을 한데담고 - 그래봤자 내일이면 다시 늘어놓을 - 내일은 야근을 할까말까 고민하면서 피곤한 밤을 뭉개다보면 또 어느새 훌쩍 자정 오버. 아으. 내일도 매미는 새벽에 울겠지. 해는 또 창으로 퍼붓겠지. 내 수면의 질은 최하등급. 기상시간은 정해져 있다, 얼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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