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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머리

 

 

 

 

 

어렸을 때, 어머니는 자주 눈을 언급했다. 자. 내 눈을 똑바로 보고 말해. 그때마다 거짓을 품고 있는 나의 눈동자가 덜컹거렸고, 덜컹거릴 때마다 눈동자에 타고 있던 거짓도 함께 출렁이다 결국엔 나동그라지곤 했다. 거짓말이구나. 너.

 

 

늘 들키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어린 마음에는 어머니가 신이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자식의 잘못을 가려내는 분야에서는. 쉬이 속일 수 없었고 어머니의 눈동자를 들여다볼 수 없었다. 어머니는 애쓰는 모습을 간파했던게 아닐까 싶다. 끙끙 애를 쓰는 내 눈동자를 보고 이 녀석 거짓말이구나, 알 수 있었겠지. 지금에야 드는 생각인데 진실이었대도 어머니의 눈을 보며 진실을 언급하려면 끙끙 애를 써야 했을거다. 그러면 어머니는 애쓰는 나를 보고 이 녀석 거짓말이구나, 했겠지.

 

 

*

 

 

사람밭에 뛰어드니 어떻게든 엉기고 설킨다. 예상은 했지만 역시 관계에서 오는 피로도는 꽤 높다. 무심한 척 해야할지, 무심해야 할지 감이 서지 않는다. 사실은 무심한데 무심한 척 해야하는건지, 무심한 척 하고 있는건데 정말로 무심해야 하는건지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다보면 피로롭다!

 

 

 

*

 

 

빨래 요정. 매일 일정량의 빨래를 들고 다니는 내게 '빨래 요정 같아' 라고 누군가 말하는 바람에 빨래요정이라는 별명이 생겼다. 지난 주말에 마음먹고 거울도 사고, 빨래 건조대도 사고, 행거도 샀는데 오히려 가장 필요한 빨래 건조대가 아직도 오지 않았다. 나는 거울을 좋아한다. 고향집 현관에는 벽만한 거울이 붙어있고, 내가 쓰던 방에는 전신거울이 두 개나 있다. 게다가 이번에 이사를 한다고 서울에서 쓰던 전신거울 두 개를 더 보내버렸으니 총 네 개가 잇는 셈이다. 고향집에서 전신거울을 다시 가져오기에는 뭣해서 또 거울을 샀다. 이게 몇번 째 거울이냐. 중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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