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_')()()()/머리

기타와 장미, 그리고 소년

 

 

 

 

 

태풍때문에 비가 억수같이 퍼붓던 지난 토요일. 작은 기타 공연을 보러 다녀왔다. 맨 앞자리에 앉고 싶어 마음이 동동거렸는데 다행이다. 파도소리가 자그맣게 찰싹이는 작은 공연장에서 내가 아주 좋아하는 소년이 아주 좋아하는 노래들을 실컷 불러주었다. 바다비라는 공간의 이름이 바닷속에 내리는 비를 뜻한다는데, 이날처럼 이름이 잘 묻는 날씨가 있을까. 밖에는 비가 오고 안에는 파도가 일렁이는 여름, 저녁, 토요일. 공연이 끝나고 나서는 다들 손에 자그마한 불꽃을 들고 거리로 나가 여름밤을 바탕 삼아 작게 흔들어 보았다.  

 

 

마이크에 꽂은 장미는 소년이 마이크로 입을 가져갈 때마다 더 예쁘게 피는 것 같았다. 장미를 입에 머금은 것 같기도 하고, 장미의 속마음이 소년의 입을 빌려 온 곳으로 퍼지는 것 같기도 하다.  나도 다음에 노래할 기회가 있다면 머리와 마이크에 장미를 꽃아봐야지. 

 

 

기타소리가 좋다. 세상에서 기타 소리가 제일 좋다. 기타 소리를 듣고 있으면 온 마음이 편안하다. 새로 만나 나를 궁금해하는 누군가들에게는 아직 한번도 '기타 소리를 좋아합니다' 라고 일러주지 않았다. 일러주지 않을 것이다. 혹여 훗날, 내가 아이의 엄마가 된다면 나는 아주 많은 기타 소리를 들려주고 또 함께 듣고 싶다. 

 

 

 

 

'('_')()()() > 머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0) 2015.08.04
등장인물  (0) 2015.08.01
방의 기분  (0) 2015.07.20
지금은 아무것도 아냐  (0) 2015.07.14
사랑해  (0) 2015.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