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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날씨

2015년 7월 26일 : 존맛개맛

 

 

 

△ 워후! 브라보 마 라이프

 

 

 

 

어제에 이어 오늘 새벽까지, 저 하늘 위에서 수박을 몇 통이나 쪼개는지 쩍쩍 갈라지던 하늘이 잠잠해졌다. 흐리나 싶더니 차차 개다가 점심즈음해서 완전한 썬샤인. 어쩌나 오늘 썬크림도 안발랐는데. 의미없는 만남에 기운을 몽창 빨리고는 회사 숙소에서 뒹굴거리는데 옆자리 현진에게서 연락이 왔다. 지난 한달간 회사를 주말에도 거의 나가긴 했지만, 유독 주7일 근무같던 이유가 이 아이 때문이리라. 주말에도 옆자리 동료를 만난다고 생각해보라. (...) 의외로 기분이 좋다. 회사에서 즐겁게 버틸 수 있는 것도 이 친구 덕분이기도 하고.

 

 

누워서 뒹굴거리고 있는 숙소로 현진이 곧 왔고, 오자마자 화장실부터 쓰겠다며 엄포를 놓고는 한동안 화장실에서 나오지 않았다. 머쓱해서 TV를 켰지만 얼마간 후 다시 현실세계(?)로 돌아온 현진은 TV소리따위 필요없다며 깔깔거린다. 야근하느라 숙소에 자고, 술먹느라 숙소에 자고, 뭐 이런저런 이유들로 숙소에 내 짐이 차차 쌓여가는 통이었는데 이게 나중에는 제법 되어서 옮기지도 못하고 있었다. 마침 현진이 집까지 들어주겠다는 고마운 제안을 해서, 땡볕에 처자 둘이 이민가는 행색을 하고는 앞으로 지고 뒤로 지고 나눠지고 영차영차 집으로 향했다.

 

 

우리동네는 맛집이 많다는 사실이 동네로 향하는 무거운 발걸음을 조금 덜어주리라. 그동안 현진에게 '우리동네 멕시코 식당이 짱!' 이라며 부지런히 입방아를 찧어두었기 때문에, 오늘은 이사(?) 후에 멕시코 식당으로 고우고우. 웨이팅이 많아서 좀 많이 기다렸지만, 우리의 주문차례에서 브리또가 똑 떨어져버렸다. 종업원이 브리또를 혼자 다 말아먹은 무책임한 얼굴로 '브리또 떨어졌다구요' 퉁명스런 한마디를 건넨다. 팔든? 여기는 브리또가 짱인데. 엉엉. 퓨어 고자씨한테도 자랑해놨는데 브리또를 못 먹는다니.

 

 

자리를 옮길까 했지만, 노을 고인 하늘도 예쁘고 저녁이 어둑어둑 묻어있는 공기도 예쁘고 우린 하늘 보면서 이 공기 속에서 밥 먹을 수 있으니까 우리도 분명 예쁠꺼야. 낄낄. 일단 나의 강력추천메뉴! 오르차타. 멕시코 전통 쌀음료인데 계피 가루가 솔솔 뿌려져서 기가 막히다. 언젠가는 한잔만 마셔도 배부른 이 음료수를 연거푸 두잔이나 마신적도 있단 말이지. 오르차타 두 잔이 먼저 나오고 내가 '크아 존맛!' 이라고 외치자 현진도 한 모금 마시고는 눈이 똥그래져서 '개맛' 이라며 온몸을 흔들어제끼며 외친다. (※ 현진의 별명은 개맛녀이다. 물론 내가 지어줬다. 맛있는걸 혼자 먹으러가서 '개맛'이라는 메세지 하나를 덜렁 보내오고는, 그 뒤로 맛의 세계에 빠져 나와의 교신이 끊긴 어느날이 그 이유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브리또는 없었지만 타코와 퀘사디아 모두 훌륭했기 때문에, 현진은 연신 몸을 비틀며 '느무 행복해애애애' 라는 말을 반복. 내 핸드폰으로 행복한 셀카를 잔뜩 찍어놨는데 공개해도 된다고 해서 공개해봅니다.

 

 

 

 

 

 

 

 

 

 

올리다가 뿜어버림. <행복한 눈물>에 버금가는 <행복한 건치> 혹은 <행복한 타코>.

 

 

* 우리가 이렇게 예쁜 가게에서 오늘 저녁을 먹었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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