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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날씨

2014년 9월 6일 : 여름의 시작같은 오늘

 

세상의 꽃들은 어찌 그리 예쁜지 모르겠어요. 모두 안아보고 싶을만큼.

 

 

오늘 서울 날씨는 하루종일 맑음. 날씨 얘기를 입에 올리는 건 좀 꼰대같다고 생각해서 잘 하지 않는 편인데, 오늘 날씨는 꽤 맘에 들어서 집을 나서자마자 핸드폰에 적어두었습니다. '여름의 시작같은 날씨'.

 

여름이 시작되기 직전의, 그 묘하게 밝고 기분좋은 느낌 아세요? 햇살이 걱정돼 외출 전에 썬크림을 좀 과하게 바르면서도, 내리쬐는 햇살이 싫지 않은 날씨. 주변의 모든 것들이 햇살아래 또렷하고, 입가에 가벼운 미소를 슬쩍 걸쳐보는 날. (오늘같은 날을 문득 '인디안 썸머'라고 하나? 궁금증이 일긴하는데 아직 가을로 본격 접어든게 아니라서 애매하네요. 그냥 코리안 썸머라고 하는걸로.)

 

오늘은 과천에 있는 서울대공원에 처음 가보았어요. 와. 오늘의 그 날씨가 여기까지 따라와주어서 어찌나 기쁘던지. 묘하게 밝고 기분좋은 공기 아래 나무들이 반짝반짝하는데 와. 특히 리프트를 타는 사람들이 즐거워보였는데 케이블카, 삭도 성애자인 나로써는 당연히 타보아야만 하는 머스트 라이드 아이템이었지만, 같이 간 짝꿍이 리프트는 타지 말자고 해서 못탔어요. 시간차를 두고 두번이나 권했는데. 오늘같은 날씨가 또 언제온다고. 오늘처럼 햇살이 반짝반짝하는 아름다운 날씨에 그 아름다운 리프트를 못타다니. 돌아오는 길에서도, 집에서도 마음에 계속 남는 걸 보아 꼭 탔어아만 했는데. 안타고 돌아오면서도 후회할 줄 잘 알았거든요. 타자고 떼를 썼어야 했나.

 

리프트 얘기만 시작부터 너무 열심히 했는데, 오늘은 아름다운 햇살아래 모든 것이 다 좋았습니다. 서울와서 동물원은 처음 가보는 것 같아요. 아, 그러고보니 에버랜드 사파리를 같이 가자고 약속한 그 얼굴이 스쳐지나가네요. 다음엔 사파리에 가요. 꼭. 이제 다시는 볼 수 없는 얼굴. 안녕.

 

하마도 보고, 사자도 보고, 기린도 보고. 아이스크림도 먹고 치킨도 먹고 치즈도 먹고. 치즈를 사는데 아저씨가 주말에 알바해 볼 생각 없냐고 꽤 마음에 든다는 얼굴로 명함을 한 장 주더라고요. 곧 청년실업자가 되는데, 과천에서 치즈나 팔아볼까요. 일손이 별로 필요해뵈지는 않던데.

 

아, 밀려드는 피곤을 꾸역꾸역 참고 이것저것 했더니 벌써 자정이 넘었네요. 추석에 대해서 얘기해달라고 한 분이 계셔서 정리를 하자면 전 추석이 '택배'와 '예매'예요. 추석 때는 그래도 작은 선물 하나 정도는 챙기게 되니, 너무 일찍 받으면 상해버릴까 염려되고 너무 늦게 받으면 행여 추석을 놓쳐버릴까 조바심치고. 추석 선물을 택배 주문 해놓으면 그때부터 틈만나면 택배 위치 추적에 들어가거든요. 언제 오려나, 오늘은 오려나? 내일은 오려나?

 

그리고 지금도 계속 새로고침을 하면서 고향 가는 열차표를 보고 있어요. 처음 서울 올라온 해에는 표를 못 구해 아는 분의 차를 얻어타고 일곱시간 넘게 도로 위에서 고생하다가 자정 넘어 집에 도착한 적도 있고, 작년까지만해도 조바심을 치면서 표를 구했는데, 요즘은 어찌된 영문인지 '나 하나 태워갈 자리는 있겠지 뭐~' 천하태평인 통에 오히려 주변사람들이 물어봐요. 너 표도 안 끊고 어떡할꺼야? 어떡하긴 어떡해요. 어떡하든 가기만 하면 그만이지. 못 가면 말고. 추석하면 생각나는게 택배랑 티켓팅이라서 좀 건조하긴 한데, 그래도 한꺼풀만 벗기면 그 안에 '관계'가 들어있는거니까 그래도 따뜻한 사람으로 봐주세요. 추석 잘 보내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