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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9월 2일 : 오랜만에 채윤희

 

△ 우리동네 숨은 맛집 채윤희. 어정쩡한 인테리어가 매력있다. 정말로.

 

 

내가 제일 좋아하고 하루하루 아껴살고 싶은 9월입니다. 그리고 올 9월에도 역시 다이내믹한 삶의 변화가 있을 예정이고요. 별스럽지 않다 여겼는데 새벽 늦게 얕은 잠을 청하며 소란한 꿈을 많이 꾸는걸로 미루어보아, 역시 무덤덤하기에는 조금은 무리인가봐요. 며칠새 더러운 것들을 치우는 꿈을 많이 꿨어요. 누가 변기에 질펀하게 싸지른 똥물을 인상쓰며 내리는 꿈, 집안에 파리에 뱅뱅 꼬이는 쓰레기를 내다버리는 꿈 같은 것들이요. 자꾸만 내 삶의 지저분한 어떤 것들을 내다버리고 싶은가봅니다. 1년, 2년전이었나. 마음 끓이던 일이 있었는데 하루는 긴머리를 단발로 싹둑 자르는 꿈을 꾼 적이 있거든요. 어찌나 상쾌하던지. 꿈을 깨고나서도 머리를 말끔하게 잘랐을 때의 기분좋은 느낌이 그대로라 '잘 풀릴 것 같다'는 느낌이 단박에 들더라고요. 그리고 정말 잘 해결되었어요. 그게 집을 구하는 일이었는지, 남자친구와의 문제였는지 어떤 문제였는지는 지금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요.

 

밤에 잠 못자고 속 끓이던 며칠이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꿈에서나마 부지런히 내다버리는 걸로 보아 이 시기가 지나면 좀 더 말끔해질거라는 느낌은 분명히 있어요. 그리고 어제는 , 그래도 어제는 술을 간만에 진탕 마셨습니다. ('진탕'이라는 표현을 쓰기가 좀 머쓱하긴 하지만.) 가을비는 퍼붓고, 애정하는 회사 선배와 좋아하는 꼬치집에 잠깐 머물렀다가 자리를 옮기고 싶다는 선배의 말에 문득 '채윤희'가 떠올랐어요. 2년전에 동네 이름이 예쁘다는 이유로 문득 이 동네에 살기로 결정했을 때, 이 동네에 정을 붙이는 방법 중의 하나가 작은 맛집들을 찾아다니는 거였거든요. 처음 동네에 이사와서 '채윤희'라는 동네 술집을 찾느라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추운 겨울에 몇 바퀴나 낯선 동네를 헤맸는지 아직도 그때의 어두컴컴한 겨울과 뺨 위에 엉기던 차가운 겨울의 느낌이 그대로 남아있어요.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문득 가보고 싶어 집을 나섰던 건데, 몇 바퀴를 뱅글뱅글 헤메이고 나니 '이 밤이 가기전에 술을 못 먹을지 모른다'라는 걱정보다는 '이 낯선 동네는 언제 나에게 익숙한 얼굴이 되려나.' 라는 까마득한 불안감이 컸거든요. 어제 채윤희로 향하면서, 이제는 너무 익숙한 거리 위를 너무 익숙하게 걷는 내가 조금은 대견하기도 하고 조금은 우습기도 하고 조금은 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갔구나 싶기도 하고. 

 

비는 9월을 때리고, 기분좋게 술을 마셨습니다. 사장님이 서비스라며 얇게 저민 소가 두툼한 전을 내어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