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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날씨

2014년 9월 3일 저녁 : 아마도 올해의 마지막 팥빙수

 

 

△ 우리의 만화 자리 (만화책을 읽을 수 있어서!)

 

 

 

엊저녁에는 손이 못생긴 짝꿍과 함께 (가족들이 하나같이 손이 예쁘니, 손이나 손톱이 못생긴 사람을 보면 나도 모르게 흠칫 놀라게 되요. 아직도.) 좋아하는 까페에 가서 팥빙수를 먹었습니다. 팥빙수에 그다지 애착이 있던 사람이 아니었는데, 대학 다니며 주구장창 팥빙수만 먹는 아이들과 어울리다보니 나도 모르게 '여름엔 팥빙수지!' 라는 공식이 머리에 딱 붙어서는 여름마다 팥빙수를 몇 그릇이나 해치우는지 모르겠어요. 게다가 최근 2-3년 사이에 팥빙수 전문점이 급작스레 많아지기도 했고요. 팥빙수하면 집에서 수돗물을 꽝꽝 얼려다가 솔솔 갈아서, 통조림 팥 듬뿍 설탕 젤리 듬뿍 우유 콸콸 넣고는 밥 숟가락으로 슥슥 비벼 퍼먹는게 그래도 제일 정석 같긴한데 말이예요. 뭐 제주도 삼다수만 쓴다느니, 강원도 어디 팥만 쓴다느니, 서울우유만 넣고 갈아 만든다느니... 세련되고 세련된 팥빙수가 많지만, 그래도 여름이면 동생이랑 서로 많이 먹겠다고 아웅다웅 다투던 수돗물 팥빙수가 생각이 납니다. 요즘 가정용 제빙기도 3-4만원 하면 눈꽃처럼 곱게 갈아주는 상품으로 잘 나와있던데, 팥빙수를 이렇게 많이 먹을바엔 내년부턴 집에서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도 있어요. 친구들이 어찌나 나만 보면 하나같이 '팥빙수 먹으러 가자.'라고 하는지. 아, 올 여름에 먹었던 최고 맛있는 팥빙수는 두구두구두구두구~ 망고 빙수. 망고랑 얼음이랑 산뜻하게 잘 어울려서 좋아요.

 

 

짝꿍이 보고있는 만화는 마스다미리의 <아무래도 싫은 사람>. 만화자리에는 제법 읽을만한 만화책이 많은데, 내가 고르면 꼭 그걸 짝꿍이 뺏어 읽어요. <아무래도 싫은 사람>도 내가 집었는데 어느새 네가 읽고 있는 불편한 진실. 9월의 저녁은 따듯하고 조용합니다. 날씨는 적당히 선선해 두께가 있는 긴 팔을 입기에 좋고, 손을 맞잡고 걸으면 서로의 체온이 딱 알맞게 데워진 상태. 좋은 음악과 '마지막일지도 몰라'하는 약간은 아쉬운 마음으로 한 숟가락, 두 숟가락 퍼먹는 팥빙수가 있다면 더 좋겠지요. 9월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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