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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머리

올바른 사람인 人

 

 

 

어디서 들었는지는 모르겠는데, 사람 인人 의 두 획은 두 사람을 상징한다고 했다. 서로가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어줄 수 있을 때, 비로소 한 인간 人이 되는 것이라고. (물론 이렇게 멋진 말로 풀이하지는 않았지만, 내가 멋지므로 멋진 말로 풀 수 밖에 없다. 풉!)

 

사람 인人을 유심히 들여다본다. 과연 획들이 서로를 받쳐주고 있는 것일까, 기대고 있는 것일까. 이건 뭐 '컵에 물이 반틈이나 남았네, 반밖에 안남았네' 처럼 시시하고 시시한 시각이지만, 나는 그 둘이 서로 기대고 있는 듯 보인다. 서로가 서로에게 기댈 수 있을 때, 비로소 한 인간人이 되는 것이라고.누군가에게 온전히 기댈 수 있을 때, 기대는 그 순간, 나도 몰래 누군가의 힘이 되기도 하는 거라고.

 

사람 인人으로 치면 나는 늘 숫자 1이다. 혼자 꼿꼿이 서있다. 기대지도 않고, 그래서 버팀목이 되어줄 일도 없다. 나 혼자 서 있기도 위태위태 하니까. 간혹 나의 꼿꼿함에 제 무게를 기대려는 이가 있다. 그래도 나는 절대 기대지 않는다. 나 혼자서 내 몫과 그 이의 몫을 감당해내다가 결국 같이 풀썩 쓰러진다. 서로가 서로를 비난한다. "누구 맘대로 나한테 기대래." "넌 그 정도 버틸 힘도 없니?"

 

냐를 오래봐온 누군가는 숫자 1인 나를 더러 '자존심이 세다' 하고, 더러는 '씩씩하다'고, 더러는 '솔직하지 않다'고 얘기한다. 다 맞는 말이다. 나는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고, 용감한 편이고, 왠만하면 내 속을 쉽게 내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기대는 법을 배운 적이 없다. 혼자 서있는 것보다 누군가에게 비스듬해지기가 더 어렵다. 누군가가 내 무게를 기꺼이 감당해 줄 것 같지가 않다. 나 역시도 누군가의 무게를 감당해 낼 자신도, 의욕도 없다. 기대지 않는 것이 아니라 기대지 못하는 것이다. 때로는 누군가 이 사실을 알아주었으면 하는 생각을 할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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