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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아날로그 글쓰기의 세 가지 방법

 
소설가 손홍규


"펜이 원고지 지나는 느낌 너무 좋아"


20~30대 젊은 문인 중 육필원고를 고수하는 작가가 있을까? '아직' 그런 작가가 남아 있다. 소설가 손홍규 씨는 2001년 등단한 이후 줄곧 육필원고를 고수한다. 물론 그도 소설을 제외한 에세이, 시평 등을 쓸 때는 노트북으로 작업한다. 지난 7월부터 다시 장편소설을 전작하고 있는 그는 지난 두 달 간 700매 가량의 작품을 썼다. 하루 평균 12매 정도를 꾸준히 써온 셈이다.

- 소설을 손으로 쓴 계기가 있나?

"나는 93학번이라 대학시절 원고지에 글을 써서 레포트를 제출한 마지막 세대다. 94~95년도부터 몇몇 수업에서 '컴퓨터로 작업한 프린트물로 레포트를 내라'고 하는 정도라 원고지에 소설을 습작하는 게 자연스러웠다. 두 번째는 내가 담배를 하루 두 갑 정도 피는 골초라 학교 컴퓨터 실에서 오랜 시간 작업을 할 수 없었다. 담배를 피우면서 소설을 쓰려면 야외가 편한데 당시에 노트북은 너무 비싸 엄두를 내지 못했다. 내가 노트북을 마련한 게 2002년인데 이미 등단하고 난 이후다. 그때는 이미 손으로 소설을 쓰는 게 익숙한 상태였다."

- 에세이나 시평 같은 다른 글을 노트북으로 작업하지 않나?

"소설과 잡문(대부분의 작가들은 자신의 장르 이외 글을 '잡문'이라고 부른다)을 대하는 태도가 어떻게 같을 수가 있나? 에세이는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쓸 수 있지만, 소설은 목욕재계하고 쓰는 글이다."

- 육필원고를 쓸 때 장점이 뭔가?

"원고지에 작품을 완성한 다음 컴퓨터로 옮겨 적어 출판사에 전해준다. 이때 다시 한번 퇴고하기 때문에 꼼꼼하게 읽게 되는 계기가 된다. 무엇보다 손으로 소설을 쓰게 되면 '소설이 노동'이라는 느낌이 든다. 펜이 원고지를 지나는 느낌, 잉크 냄새 같은 물리적인 느낌이 무엇보다 좋다."

- 육필원고 쓰는 작가들은 선호하는 원고지, 펜이 있던데.

"현재 내가 쓰는 펜은 몽블랑인데, 선호라기보다 선물 받아서 쓰고 있는 것이다. 펜 위가 가볍고 펜촉이 무거워 쓰기에 편하다. 이전에 썼던 제품은 파커다. 하지만 잃어버리면 이 펜을 다시 살 생각은 없다. 특별히 선호하는 펜이 없기 때문이다. 원고지는 은사이신 이상문 소설가에게 선물 받았다. 그분이 제지 회사를 운영하시는데 200자 원고지 크기의 종이에 400자를 쓸 수 있게 줄여 제작한 원고지다. 보통 원고지보다 칸이 작아 글씨를 맞춤하게 쓸 수 있다. 2만 장을 선물 받아서 한동안 그 원고지로 계속 쓸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