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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머리

사람


나는 왜 사람일까. 꽤 오랫동안 부던히도 그런것들을 많이 생각해왔다. 나는 왜 사람일까. 나는 왜 사람일까. 뇌의 어느 한켠에 이 일곱글자가 따박따박 낙인이라도 찍힌 양, 무시로 튀어올랐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어느 이층집의 화분에 곱게도 터져있는 꽃을 보면서 나는 왜 사람이고 너는 꽃일까, 이런것들을 부던히도 많이 생각했다. 사람에게는 나로써는 감당할 수 없는, 아니 감당은 커녕 가만히 품고만 있기에도 버거운 무시무시한 것들이 많았다. 나는 사람이 무서웠고 내가 무서웠고 그래서 상처를 잘 입는 나는, 사람은 내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늘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사람이다. 온 세상 만물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고 나는 그렇게 믿고 있다. 사람이 어울리지 않는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사람일까. 영화를 보다가 두뺨이 뜨거워질때, 상추에 고기를 두어점 얹어 마주앉은 이의 입에 넣어줄때 나는 묘한 기쁨을 느꼈다. 그럴때마다, 여지껏 해오던 생각의 반작용처럼 '사람이라서 정말 다행이야' 하는 생각이 재빨리 들었다.

반드시 있을거라고 생각을 했다. 내가 사람인 이유.
'무엇무엇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러나 문득. 존재 자체가 이유가 될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정말. 그러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사람이기에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