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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머리

결혼을 앞두고

 

 

 

 

아 물론, 나는 상상속의 허지웅씨와 아직 차 한잔 걸치지 못했으므로 내 결혼식은 아니다. 꽃은 피고 잔디가 새파랗게 돋아나는 봄. 올해 봄에도 많은 여성들이 4, 5월의 신부가 될 준비를 마치고 조신히 카드를 띄워보낸다. 작년에 거의 한달에 두장꼴로 '청첩장 크리'를 맞은 나는 '이게 뭔가, 내 인생에도 청첩장이 깃들 날이 오다니!' 라며 처음 한 두장에는 보내는 이의 사뭇 떨리고 설레는 기분을 함께 느꼈으나 청첩장이 쌓여갈수록 함께 쌓여가는 부담감과 스트레스는 어찌할 바 없었다 하겠다. 정말로 나는 안 겪을줄 알았는데 4, 5년은 연락도 없다가 '나 결혼해. 너 주소가 어디지?' 라며 얼굴에 철판깔고 청첩장 띄워보내는 이가 많더라. 그런 이들에게는 '백년만에 연락하시네요.' 라면서 얄밉게 비아냥거려주고 결혼식은 물론 안갔다. 어차피 내 결혼식에 초대하지 않을거니까. (그래도 태생이 소심해 미안함인지 부담감인지 모를 찝지부리하고 무거운 감정은 마음 한 켠에 남아있다.) 이제 구남친 청첩장 받아보는 일만 남았나.

 

어쨌든 청첩장을 받아들고 여자들이 단박에 하는 생각은 '뭐입고 가지?' 일거다. 그리고 거울을 보며 '살 빼야 돼!' 참 이상한게 여자들은 본인의 결혼식도 아닌데 그날의 주인공인 신부보다 더 아름답고 우아한 '민폐 하객'이 되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는 듯도 하다. 어디서든 예뻐 보이고 싶은 여자들의 욕구는 지역 불문, 나이 불문이니까. 그리고 비슷한 연령대의 하객들 중에 '득템'을 할 확률도 있으니 어찌 신경을 안 쓸수가 있겠는가. 큼큼.

 

아무튼 나도 이번주말에 있을 결혼식 때문에 진즉부터 위의 두 가지 고민을 차례대로 했지만, 몽쉘과 오예스를 책상 앞에 산더미처럼 쌓아두고 먹고마신 여러 날들 때문에 - 아, 게다가 요즘은 자정즈음해서 마구 먹는 버릇이 생겼다. 야식의 참맛을 알아간달까 - 배가 뽕냥해졌고 허리가 두둑해졌으며 '야~ 2, 3kg는 거뜬히 찐 거 같은데 기분 탓이겠지?' 기분 탓을 해보다가 오늘 체중계 위에 올라가보고 그 기분의 무게가 3kg는 족히 넘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여러분, 살찐 기분의 무게는 3kg를 좀 넘습니다. 두둠칫.

 

이쯤되면 대장 카드, 자기 합리화가 슬며시 고개를 들때다. 내 기분의 무게를 확인한 그 순간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울려퍼지는 "내 결혼식 아닌데 뭐 어때?" 맞다. 내 결혼식 아니다. 별로 친하지도 않은 친척의 결혼식인데, 지난 설날에 나한테만 세뱃돈 주셔서 가는건 결코 아니다. 큼큼.  

 

 

(*) 오랜만에 건강한 생활을 하겠다며 새 텀블러에 미숫가루를 잔뜩 타놓고는 잠이 들었는데, 자다가 그걸 발로 차는 바람에 나 대신 장판이 촉촉 건강해졌다. 내 기분도 축축하다. 월요일은 너무 힘들다.

 

 

 

 

 

지난 금요일 아침부터 먹고 싶었던 쌀 머핀, 초코 머핀을 파는 우리동네 빵집도 문을 닫았다. 떡볶이 집도 문을 닫았으며, 심지어 마지막 보루라고 생각했던 우리동네 쩡 떡볶이는 아예 가게가 없어졌더라. 나에게 맛있는 것을 못 먹게 하려는 음모다. 어떻게 쪼롬히 찾아간 세 군데 모두 약속이나 한 듯이 문을 닫았거나 없어졌을수가 있나. 월요일은 너무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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