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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머리

일요일 오후

일요일만큼 '오후'가 가장 잘 어울리는 요일이 또 있을까. 일요일 오후에 어울리는 노래를 몇 곡 들으면서, 미뤄둔 빨래를 하고 창문으로 한 조각 올려다보이는 하늘이 따뜻하고 푸르다. 일요일이라서 유독 느릿느릿 여유있게 흐르는 시간이 아닐텐데. 며칠 전 어느 노래를 들으면서 '그의 일주일은 여덟 날'이라는 가사에 머리 속이 혼란했던 기억이 문득 떠올랐다. 어떻게 일주일이 8일 일수가 있지? 머릿 속이 너무 어지러워서, 어렵게 시간 내어 간 노랫 소리도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아, 일주일이 8일 일수도 있는거구나. '1'주일인거지 일곱날의 '일'주일이 아닌거구나. 각자 자기 맘대로 시간을 쪼개어서 자기 삶의 박자대로 살 수 있는거구나. 그의 일요일과 나의 일요일이 다를 수도 있는거구나. 문득 쿵.

 

다들 편하자고, 함께 잘 살아보자고 보이지 않는 시간의 허리를 뭉텅뭉텅 순대 썰 듯 썰어 '요만큼이 하루' '요만큼이 일주일' 하고 정해둔 것 뿐인데, 남들이 정해둔 시간에 나를 구겨넣느라 나는 그래서 편하고, 잘 살게 되었나. 궁금.

 

조그맣고 따뜻하고 파란 한 조각을 올려다보는 일요일 오후. 나는 아름답고 무서운 생각을 한다. 남들이 정해준 일요일을 살기 싫다고. 모든 날들이 일요일인 오늘처럼 사실은 매일 여유롭고 따뜻하고 아름다운 거라면, 나는 매일매일을 일요일처럼 살고싶다고.

 

 

(*) 남들은 그랬지. 매일매일을 일요일처럼 살고 싶다면, 젊은 날에는 매일매일을 월요일처럼 살아야한다고.

위태로운 일요일과 일요일, 일요일을 이어가다보면 여유있는 일요일 일요일 일요일이 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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