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이맘때 활짝 피웠던 꽃을 올해도 꼭같이 아름답게 피웠구나.
서울에는 음악하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건지, 서울은 넓고 크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별 신경쓰지도 않기에 아무데나 턱 걸터앉아 노래할 곳이 많아서 그런건지 유독 특정 장소를 일컬은 노래들이 많다.
에피톤 프로젝트 <이화동>, 조태준 <삼청동에서>, 재주소년의 <명륜동>, 어제 문득 발견한 누군가의 <여의도>, 프라이머리의 <3호선 매봉역>, 그리고 가사에 살며시 신천역 4번출구가 언급되는 포맨의 <안녕 나야>. 아, 그리고 홍대9번출구 겁나 싫다고 계속 반복하는 <홍대 사람 겁나 많아>까지.
이화동이나 삼청동, 명륜동처럼 그 동네 특유의 고유한 분위기가 단박에 느껴지는 곳도 있지만, 여의도라든가 3호선 매봉역, 신천역 4번출구는 그저 그렇고 그런 곳들 중의 하나다. 그저 그렇고 그런 수많은 곳들 중 어느 한 곳에 내 마음이 묻어있어서 그 곳은 나에게 이미 특별하다. 그런 노래를 듣고 있으면 괜히 멍하니 풀린 눈으로 지하철에 지친 몸을 기대고 있다가도 매봉역을 지날때면 눈이 반짝한다. '아 거기'
서울에서 처음 자리를 잡을 때 아무 망설임없이 대뜸 명륜동 집을 알아본 것도, 잠시였지만 명륜4가라는 주소를 갖게 됐을 때 마음 한 자리가 작게 떨렸던 것도 이 장소에 묻어있는 누군가의 예쁜 마음 덕분이겠지.
서울. 많은 사람들이 너무 바쁘게 밀물처럼 밀려왔다가 썰물처럼 빠지는 곳. 서로 밀리고 서로 스치면서 옷깃만이 아니라 마음 자락까지 상처를 낼 때도 있지만 - 서울을 떠나는 수많은 사람들이 서울을 떠날 것을 결심하는 순간이, 지하철에서 떠밀리고 밟히면서라는 통계가 있다네 - 그래도 누군가는 그 장소에 마음을 주고 사랑을 노래한다. 그 곳을 지나가는 내 마음도 같이 떨린다. 그래서 삭막한 서울이 아직은 살만한 건지도.
(*) 홍대 9번 출구 겁나 싫다고 하면서도, 홍대 여기저기를 속속들이 꿰고있는 노래 가사 속에 홍대 좋아하는 마음이 참 느껴진다. 피식.
(*) 내가 음악만 할 줄 알았어도. <산격동>, <복현동>, <경대 북문 횡단보도>, <서문시장 두번째 떡볶이집> 뭐 이런 노래 좀 썼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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