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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머리

꿈을 시작하며


회사에서 죽이 잘맞는 동갑내기 동료 하나와 웹툰을 시작해보기로 했다. 컨셉과 제목, 스토리라인은 내가 쓰고 그림은 그가 담당하기로. 소박하고 선이 좋다. 좋은 글같은 느낌의 그림이다.

어떤 이의 차마 몰랐던 아름다운 면면을 이런 식으로 우연히 발견하게 되면, 한편으론 참 슬퍼진다. 각자의 천재성을 거대한 시스템 안에 그저 구겨넣고 있구나, 싶어서. 국내 굴지의 대기업을 현재에도 성실히 다니고 있는 과거의 남자친구가 이런 말을 했었다.
/나는 할 줄 아는게 없어서 회사 다니는 걸 제일 잘 할 수 있어.

회사원 - 물론 저 역시 회사원이고요 - 을 결코 폄하하는 건 아니지만, 회사에 다니는 동안의 개개인이 지닌 섬세한 많은 것들이 구겨진다. 시스템을 굴러가게 하는 것은 섬세함이 아닌 세심함이니까. 자료를 세심하게 살필 순 있지만, 섬세하게 살필 순 없다. 이건 꽤나 중요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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