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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머리

퇴사하는 꿈을 자꾸 꿉니다

 

추워요. 추운 겨울입니다. 오늘 낮에 문득, 하얼빈에서 유학하던 시절이 떠올라 그곳의 기온을 찾아보니 영하 20도쯤 되더군요. 어느 날에는 영하 30도를 밑돌기도 했었는데, 그 추운 날들을 어떻게 맨살에 얇은 청바지 한 장 달랑 입고 휘적휘적 통과했는지 모를 일입니다. 몸보다 마음의 온도가 더 낮아 몸의 추위에는 별달리 신경쓰이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요.

 

요즘 퇴사하는 꿈을 자주 꿉니다. 올해 생일을 맞아 입사한 회사는 이제 1년쯤 되어가니 적응할만큼 적응했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무난한 편인데 자꾸만 퇴사하는 꿈을 꿉니다. 꿈이 무의식의 반영이라면, 내 무의식이 열렬하게 퇴사를 부르짖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퇴사. 퇴사 후엔 무엇을 할까. 입사를 하겠지요. 태어나면서부터 회사원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저는 유독 회사원이 힘든 사람입니다. 본능적으로 알고 있어요. 회사를 다니는 것이 나라는 사람과 꽤나 상극이라는 사실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들이 놀랄 정도로 꽤 성실하고 진득하게 회사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으니 이를 가련하다 해야할지, 기특하다 해야할지.

 

회사와 회사 사이의 여행 기록을 들춰보면 '살아있다는 사실이 고맙다'라는 문장들이 반복됩니다. 천천히 걸으면서, 천천히 먹으면서, 천천히 바라보면서 비로소 살아있다는 감각이 내 온몸을 휘감고, 당연하면서도 평소엔 결코 누리지 못했던 그 특별한 감각 덕분에 삶이 즐거워집니다. 즐거워요. 여행을 하면. 혼자 아침 식사를 하면서 물끄러미 바라보는 매일 똑같아 보이는 창밖 풍경도 좋고, 거의 일주일째 변화가 없는 호스텔의 아침 식사도 좋아요. 할 일 없는 것도 좋고, 할 일 있는 것도 좋고.

 

마침 올해에는 산타할아버지가 월요일에 오시는 바람에 - 그것이야말로 직장인들에게는 가장 큰 선물! - 토, 일, 월을 푹 쉬었습니다. 친구 녀석 하나가 3일동안 집에 박혀있기는 외롭다며 만날 것을 제안했으나, 나는 데이트도 있고 혼자서도 잘 노는 체질이라 3일 내내 공연을 쫓아다녀야 했기 때문에 일언지하에 거절했죠. 정말 바빴어요. 금요일 밤부터 시작된 공연 투어는 25일 크리스마스 저녁 11시까지 이어졌으니까요. 하하하! 오늘 출근을 하는데, 어제와는 완벽하게 다른 시간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을 받았어요. 마치 여행과 일상의 성격이 전혀 다른 것처럼. 일어나서 서둘러 머리를 감고, 이것저것을 넣어 과일주스를 만들어 챙기고, 버스를 놓칠새라 정류장을 향해 열심히 달려달려. 출근하자마자 메일을 확인하고, 점심을 건너 뛰며 보도자료를 작성해서 보내고, 어딘가에 전화를 하고, 자료를 확인하고... 퇴근 후에는 겨우 발걸음을 돌려 가벼운 운동을 하고 - 집에 들어가면 분명히 다시 기어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어찌나 합리화를 하려하는지 - 돌아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 세일상품 및 신상품(주로 과자코너)를 한바퀴 휘 둘러보고 집으로 돌아와 옷을 아무렇게나 벗고 엄마가 보내온 택배를 확인하고 밤11시에 업데이트되는 웹툰을 몰아서 본 뒤 잠드는 삶. 이것이 저의 일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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