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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날씨

2016년 11월 12일

으 머리야. 맥주 한 캔도 채 다 못 마시고 까무룩 잠이 들었다가 한밤의 카톡소리에 깼습니다. 리얼한 닭손 사진에 잠이 한 번 더 깼습니다.

우리 아빠는, 술도 못 하면서 허구헌날 어쩌면 그리도 많은 술을 들이부었을까요. 우리 집안에 술을 할 줄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다들 한모금만 마셔도 금세 벌겋게 달아 오르니까요. 그러고보면 다들 고기도 그다지 찾지 않고, 매운 것도 못 먹고, 커피도 즐기지 못하는 걸봐서 나의 예민한 체질이 하늘에서 똑 떨어진건 아닐꺼예요.

아무튼 젊은 날의 우리 아빠 덕분에 다들 인생공부 많이 했지요. '누구나 마음 깊은 곳을 들여다보면 북소리가 난다' 정도의 비슷한 문장이, 술 때문에 머리가 지끈거려 정확히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가슴에 다들 북 하나는 안고 사는거니까요. 미련한 사람, 가엾은 사람입니다. 젊은 날의 당신.

퇴사 소회를 짤막히 풀어놓은 글에 지나던 어떤 분이 '큰 결심' 이라는 댓글을 달아주셨어요. 그래요, 큰 결심입니다. 입사를 하는 것도, 매일마다 어디론가 출근을 하는 것도, 퇴사를 하는 것도.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도, 사랑하는 것도, 사랑하지 않기로 하는 것도. 모두 큰 결심이겠지요?

그러면 나는 매일, 매 순간 큰 결심하고 싶습니다. 우리 아빠는 술먹고 화만 냈는데, 나는 왜 눈물이 자꾸만 나는지. 역시 호기부린 맥주 대신 초코빙수를 퍼먹었어야 했나봐요. 따듯한 응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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