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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날씨

2016년 11월 9일 : 곁의 무게

 

 

 

 

11월.


또 한해가 가버렸다는 생각에 선득해지기도 하지만 그 서늘함을 채워줄, 나를 즐겁고도 힘들게하는 자그만한 이벤트가 있다. 바로 내년의 다이어리를 고르는 일. 새 다이어리 - 요즘의 다이어리는 12월부터 쓸 수있도록 13개월로 구성되어 있다- 를 미리 사두면 새해가 올때까지 참지못하고 그만 뜯어버리기 때문에 줄곧 내 다이어리 11월의 귀퉁이에는 '절대 다이어리 미리 사지 말 것!' 이라는 귀여운 경고가 적혀있다.

경고가 적히면 무얼하나. 금기는 깨라고 있는 법이 아니던가. 나는 경고를 가볍게 무시하고 올해의 11월에도 꽤나 치열하게 다이어리를 고른다. 표지, 종이질, 구성, 색상 등을 자세히, 아주 자세히 고르고 골라 돈을 지불하게 되는 것은 결국 작년에 썼던 것과 같은 다이어리. 해마다 같은 브랜드의, 색상만 교묘하게 바뀐 다이어리를 쓰게 되는 것이다. (6년째 같은 다이어리를 쓰다가 단종되는 바람에, 3년 전에 브랜드를 겨우 옮겼다.) 절망을 하면서도, 뜨겁고도 까다로운 나의 기준을 통과한 다이어리가 같을 수 밖에 없을 거라는 사실도 인정한다.

새해를 맞이하며 다이어리를 고르는 일은, 새로운 기분으로 새로운 시간을 잘 맞이하고 싶은 바람일진대 익숙하고 같은 다이어리를 쥐는 내 마음은 무얼까. 어련히 오래도록 머물겠거니 하는 것들은 곁의 무게가 의외로 가벼워 쉬이 날아가버리고, 이렇게 마음만 먹으면 쉽게 바꿀 수 있는 것들은 또한 의외로 진득하게, 찐득하게 내 곁을 버티고 있으니. 곁의 무게에 대해 짐작해보는 11월. 그리고 또 같은 다이어리를 살 것만 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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