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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매일의 얌,채식

참치 샌드위치와 따끈한 홍차 한 잔






반가운 여자.




오후 네 시경, '출근 잘 했어?' 하고 때를 아랑곳 않는 수화기 너머의 반가운 목소리. 멸치볶음을 했는데 내 생각이 났다며 - 나는 집에서 한 멸치 볶음은 손도 대지 않는데, 다른 집들껀 왜 그렇게 맛있는지. 한달쯤 전에 언니 집에 가서 멸치볶음을 멸종위기에 몰아넣고 온 적이 있다 - 일 마치는 시간에 맞춰 멸치볶음을 가져다 주겠다고 했다. 




살짝 늦게 나갔더니 회사 건너편 건널목에서 짧은 청바지에 보라색 양말을 발목까지 올려신고 귀엽게 멸치볶음과 함께 나를 기다리는 저 여자. 정녕 언니는 나이를 어디로 먹는걸까. 나와 열살 터울이 나는 그녀는 전문직 독신녀의 느낌보단, 대학교 졸업을 멀찌감치 늦춘 여전히 좀 풋풋한 복학생의 냄새가 난다. 스멀스멀, 피식.




어제까지 호우경보였으나 오늘은 물기 쭉 빠진 하늘도 화창. FEW! '날씨 좋다!' 우린 서로 방향도 정하지않고 무작정 어디론가 열심히 걸으면서 그간의 소회들을 토해내기 바빴는데, 문득 '언니 우리 이렇게 열심히 어디로 가요?' 하는 나의 말에 '글쎄, 저녁이나 먹을까' 하며 선택지를 두 개 주는 언니. '우리집에 샌드위치 속을 만들어 놓은게 있는데, 집에서 샌드위치를 먹던가 밖에서 사먹던가 하자.' 




여기도 맛있어, 여기도 맛있어. 집에서 먹는 느낌이야.




맛있는 식당 몇 곳을 추천하며 무조건 '집밥같다'고 부르짖는 언니에게, 언니는 맛있는 식당은 죄다 '집밥같다'고 하는데, 도대체 그 '집'은 어디있는거냐며, 언니 집에서 이런 맛 낼줄 아냐고 깔깔거리고는 퍼블리크로 가서 질 좋은 식빵을 구입!



- 언니 : 여기 '완맛'이야

- 나 : 여기 '존맛개맛'이죠

- 언니 : 꼭 그렇게 말해야겠어?

- 나 : 영혼의 존맛개맛!

- 언니 : 여긴 에끌레어가 진짜 완맛이야.

- 나 : 에끌레어는 연남동이죠.

- 언니 : 웃기고 있네! 여기는 프랑스산 밀가루 쓰거든?

- 나 : 요즘 프랑스산 밀가루 안쓰는데가 어딨어. 

- 언니 : 너너너! 프랑스에서 10년넘게 공부하고 만드는 곳이야. 여기가.

- 나 : 난 여기 에끌레어보단 기본빵이 좋던데. 특히 치아바타.

- 언니 : 여긴 에끌레어라니까! 그런데 치아바타가 맛있긴 해.

- 나 : 올리브 치아바타!

- 언니 : 맞어맞어, 올리브 치아바타는 진짜 맛있지.





* 질 좋은 식빵, 아버지가 직접 농사지은 샐러리와 참치, 치즈, 신선한 양파를 듬뿍 넣고 버무린 샌드위치 속. 청포도 몇 알. 

토스트기에서 툭 하고 튀어나오는 식빵에 놀라 어깨를 움찔했더니 언니가 피식 웃었다. 난 바싹! 구운게 좋아, 하면서 손님의 취향은 물어보지도 않고 먹기좋게 바싹, 노릇하게 구운 식빵에 참치 속을 넉넉하게 넣어 에쁜 그릇에 담아 내주는 언니. 



'예쁜게 좋아요!' 하면서 청포도 몇 알과 사과, 컵을 그럴듯하게 배치하고 사진을 찍어 보여주니 언니가 좋아서 막 웃는다. 너 뭐야, 하고. 

언니 전 요즘, 정성껏 만든 음식 예쁘게 담아서 먹는게 그렇게 좋아요. 접시도 한 장에 몇 만원이나 하는걸 엄청 샀다니까요. 



듬뿍듬뿍 바싹바싹한 샌드위치를 꿀꺽꿀꺽 잘도 먹는 나를 보며, 언니가 자기 몫을 잘라 더 내 주었다. 사과도 슥슥 먹기좋게 슬라이스해서 접시에 가지런히 놓아주는 예쁜 언니. 언니가 다음에 떡볶이 먹으러 놀러 온다고 했다. 요즘 우리집에 놀러오겠다는 사람들이 많네. 아주 근사한 떡볶이 만들어 줄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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