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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머리

아름다움도 전략


일상이란 거, 굳이 쪼개보지 않더라도 꾸역꾸역하고 퍽퍽한 놈 맞습니다. 오랜만에 기분내 뭔가 좀 만들어봐도 뒤따라오는 수북한 설거지가 좋은 기분을 덮어버리고, 며칠만 방심해도 빨래탑이 산을 이루지요. 주말 내내 밀린 집안일하느라 손목이 시큰합니다.

'꼭 금요일 같은데 아직 수요일 밖에 안됐어요오오.' 즐거움은 꾹꾹 압축해 주말로 미뤄버리지만 사실 주말도 그리 즐거운 일은 없죠. 다들 신나게 잘 사는것 같은데 나만 이런건가? 라는 생각까지 올라오면 게임 끝.

매일매일, 매 순간순간이 벅차고 아름답기만 하다면- 물론 그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 일일까요 - 반대의 경우만큼이나 꽤 불편하고 이상한 일일꺼예요. 물 한잔 마시는데도 심장이 찌르르할 정도로 가슴이 벅차오른다면 그건 좀 곤란하잖아요.

아는 분은 삶이 너무나 아름답대요. 심지어 추운 겨울에 곱아버린 손을 보고도 아름다움을 느꼈다는 분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 분은 '어떻게 주말을 챙겨쉴까'가 궁금할 정도로 매일매일을 똑같이 고루하게 지냅니다.

우리 대부분은 아마 적당한 중간에 있을거예요.삶이 주는 기쁨에 흠뻑 빠지기도 하고, 때로는 하루하루가 무료하고 지겹고. 어쨌든 우리는 죽을 때까지는 살아있는거고, 살아있는동안은 잘 살아야지요. 보통 우리가 월요일을 싫어하는 이유는 회사 때문이니, 월요일을 싫어하는 자신이 싫다면 회사를 그만둘 수도 있겠지요. 실제로 그렇게 실행에 옮긴 사람도 꽤 봤구요. 어른이 되면 매일매일이 새롭기는 사실 힘든 일이니 새로운 취미를 통해 작은 변화를 꾀해볼 수도 있겠습니다. 사람들이 사랑을 찾는 이유 중에는
살아있는 느낌을 다시 만끽하고 싶은 경우도 많죠.

아무튼 크고 작은 자극을 통해 뭔가를 찌릿 느꼈더라도 다시 우리는 지극한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베버의 법칙, 기억나시나요? 회사를 관두고 기쁨을 찾아 떠났더라도 곧 회사가 없는 '일상'에 적응합니다. 새로운 사랑도 익숙해지고, 취미도 어느정도 지속하면 심드렁하죠. 뭔가 또 다른 자극을 찾아 나서고 싶어집니다. 아, 당신이 잘못된게 아니고 본래 그렇습니다. 사람일진대!

삶의 끝까지 언제나 더, 더, 더 큰 자극만을 좇을 수는 없는 것. 그래서 우리는 이 꾸역꾸역한 일상을 좀 잘 살아야합니다. 더 아름답고 근사하게요. 아주 작고 가느다랗게 눈을 뜨고 일상을 천천히, 느리게 바라보세요.

요즘의 계절은 참으로 아름다워서 길가에 장미가 흐드러졌는데, 장미 앞에 걸음을 멈춰서는 사람이 잘 없더군요. 놀랬어요. 다들 핸드폰을 들여다보느라 장미를 들여다볼 시간이 없더군요.

아주 아름다운 식당에서 맛있는 밥을 먹는데 친구는 자꾸만 초조하게 핸드폰을 들여다봅니다. 지금 이 맛을 느끼라고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요. 음식대신 시간을 초조하게 씹고 있으니 무슨 맛이 날까요.

이 모든게 일상이고, 이 모든게 내 삶의 조각인데, 이 모든게 내 삶의 전부인건데. 그 생각을 하면 너무나 아찔해져서 정말로 잘 살아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삶이란 결국, 정말로 자기 태도에 있다는 것 요즘 절실하게 느끼고 있어요.

일상을, 삶을
버티지말고 견디지말고
최대한 만끽하세요.

맛없는 음식 먹을땐 소스라도 뿌리면서 왜 하루하루는 꾸역꾸역 버티려고 해요. 자기 입에 맞는 소스를 빨리 찾아야지요. 평생 먹어야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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