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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팅 ; 그러니까 어떻게 담아낼 것인가


△ 장미의 계절입니다. 이 예쁜 계절에 태어난 이들은 얼마나 예쁠까요! 꽃 한송이 없는 척박한 2월생의 토로. 





모든 것은 미키마우스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요즘, 한창 플레이팅에 열을 올리고 있어요. 매일 눈뜨자마자, 그리고 잠들기전 새벽 두 시정도까지 꾸벅꾸벅 졸면서 맛깔스런 음식들에 대한 레시피와 담음새를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아, 어찌나 예쁜지! 



모든 것은 미키마우스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키티를 좋아하거든요. 아트토이를 광적으로 사모으거나 좋아하는 캐릭터에 대한 모든 것들을 끌어모을 정도로 열성적인 마니아는 아니지만 귀여운 캐릭터 용품을 적당히 좋아합니다! 소니엔젤도 좋아해서 서른개 정도 사댔고 두어해 전부터는 갑자기 키티가 몹시도 좋아지더니, 며칠전엔 아주 귀여운 미키마우스 스푼과 포크 세트를 샀어요. 키티였다면 아까워서 뜯었겠나, 싶은데 미키니까. 



아. 그런데 이게 뭐라고 미키마우스 스푼과 포크세트로 밥을 먹으니까 기분이 너무 좋은거예요. 그러고보니 서울에 올라오기 전에는 아름다운 그릇도 컵도 사다모으곤 했었는데, 툭하면 밤새 베이킹하는게 취미인 여자였는데 내 삶의 큰 즐거움을 오래 잊어버리고 살았구나 싶은거죠. 마트에 가면 간혹 발견할 수 있는 마트스럽지 않은 그릇들은 두고 오면 꿈에도 생각나서 결국 다시 가서 사곤 할 정도로 애착도 있었고요. 



처음 일을 하면서 산 것도 오븐이었으니... 고향집에 두고온 내 오븐이랑 푸드프로세서, 아름다운 접시들, 컵들, 수저들... 모두 갑자기 너무너무 아른거려서 밤새 잠을 못잤습니다. 엉엉. 서울 생활이 참 바쁘잖아요. 그 바쁜 와중에 이런 것들을 아주 가끔 그리워하긴 했었지만 감당하지 못할정도로 한순간에 사무치게 그리워지니 원. 



원래 요리를 좋아하긴 하는데 플레이팅까지는 신경을 못 썼어요. 소프트웨어에 집중했달까? 이걸 어떻게 하면 더 감칠맛을 내고, 어떤 재료와 어떤 재료를 배합하면 이렇게 어울리는구나, 이런 것들을 즐기는 재미가 컸는데 이제는 플레이팅도 좀 신경써보려고 해요. (고백하자면 새벽 두시까지 잠을 안자면서 아름다운 접시를 좀 많이 샀습니다. 마치 신혼살림 차리는 양으로 샀는데... 고민고민끝에 주문 취소하려고 들어가서 꼼꼼히 살펴보다가 더 사고. 끄응. 아름다워서 안 살수가 없었!) 



당연한 이야기지만, 어떻게 담아내느냐에 따라서 분위기가 확 바뀌잖아요. 더 맛있어보이고 더 예뻐보이고. 어쩌면 나라는 사람이 그동안 플레이팅에 무심했던 이유는 그런 것들이 일종의 '허세'라고 생각했던 것 같기도 해요. 본질, 본질이 중요하다. 거적때기를 입고 다녀도 본질이 다이아면 예뻐 보이는거라고. '돋보이게'하는 것과 '번드레하게' 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건데 싸잡아서 싫어했던 것 같아요. 아름답게 꾸미는 것. (그래서 맨날 화장도 안하고 머리도 안 빗고 마스크나 쓰고 그렇게 다니나봅니다...커헉.)







음식을 만들고 또 이렇게 저렇게 아름답게 차리면서 몹시 기분이 좋았던 것처럼 - 내 몸 어디를 관통하는 것만큼 기분이 좋았어요. 굳이 비교를 하자면 깊은 기타소리를 들을 때와 같은 느낌이랄까 - 내 삶을 어떻게 담아낼 것인가, 에 대해서도 이제는 좀 고민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단정하고 아름다운 옷차림도 중요하겠고 - 옷은 좋아하면서 그지같이 입고 다니는건 무슨 심리람! - 그 너머의 것들도 모두요. 말투, 누군가를 대할 때의 태도, 마음가짐. 



허투루만든 음식을 그저 예쁘게 담아내면 그건 눈속임이고 거짓이지만, 마음을 담아 만든 아름다움 음식을 아름답게 담아내면 그건 정말로 아름다운 거니까.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거야> 현경 교수의 책 제목처럼, 본질과 본질을 둘러싼 껍데기까지 모두 아름다운 방향으로 갈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아름다움이라. 제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은 이렇습니다. 



하루하루, 매 순간 쌓고 디디는 삶의 순간마다 충실할 것.

마음의 뿌리가 어디를 향하는지, 사랑인지 두려움인지 자주 용기내어 들여다볼 것. 

따듯한 마음으로 누군가를 바라볼 것. 

해가 살짝 저문 어스름한 공기를 느끼는 것. 







아름다워요, 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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