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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머리

화장실 비밀번호라니 : 가진 자만 쌀 수 있는 사회

 

△ 기억하는 사람이 별로 없나본데 사오정은 엄청 광활한 화장실을 가지고 있다.

 

 

 

건물에 딸린 화장실마다 자물쇠며 잠금장치가 달린 풍경이 눈에 설지는 않다. 저녁시간에 잠깐 모임에 들렀다가 화장실을 이용하려고 화장실 열쇠를 들고 나왔는데, 화장실 문을 여니 왠 남자가 나에게 등을 보이고 열심히 볼 일을 보는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여성 전용 화장실인데다가 민망한 장면을 목격해 머쓱한 마음에 화들짝 문을 닫고 돌아오니, 주인 남자가 "왜 되돌아왔느냐"고 묻는다.

 

"아, 화장실에 어떤 남자분이 계셔서요."

"남자가 있다고요?"

 

당장 뛰어나가려는 주인 남자에게 "지금 가시면 안 될 것 같아요. 사용중인데." 라고 하니 "그러니 지금 가야죠!" 하면서 나간다. 어, 이럴려고 이런게 아닌데. 열심히 볼일을 보다가 뒤에서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하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얼마나 참담할까. 길가도 아니고, 실내도 아니고 엄연히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는 사람에게. 쩝.

 

누군가 화장실을 사용하고 문을 잠그지 않아 남자가 들어간거라며, 돌아온 주인남자가 나에게 화장실을 이용하란다. 니가 싼 똥을 내가 왜 치우냐, 내 구역에서 왜 싸냐, 사실 할 말 없다. 특히 공중 화장실을 사람들이 얼마나 더럽게 쓰는지 보면 더더욱 개인 화장실을 철통 보안해야할 것 같은 그 심정, 십분 이해하고 남는다. 사람들은 예전과 다름없이 똑같이 먹고, 똑같이 싸는데 나에게 활짝 열린 화장실은 자꾸만 찾기 어려워지고, 나는 자꾸만 참기 어려워지고, 그래서 사람들은 슬퍼지는걸 수도 있다.

 

열심히 싸던 남자가 사라진 화장실에서 문득, 강물에 똥오줌이 범벅이라는 갠지스 강을 떠올렸다. 한쪽에서는 강물에 열심히 싸고, 한쪽에서는 그 강물을 떠마시고 목욕한단다. 추접긴한데 차라리 그게 더 인간적이긴하다 싶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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