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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9월 15일 : 모기향

 

방충망 어디가 뚫렸는지, 여름 내내 모기에 물어뜯기면서도 살충제 따위를 생각도 해본적이 없다. 물파스나 연고 따위를 계속 생각하며 애태우긴 했어도. 원인제거보다는 원상복구에 집중하는 스타일인가, 나?

 

지나가는 충고를 듣고서야 '아차. 내가 왜 그 생각을 못했지?' 여름도 다 가고 9월 중순이 다 되어서야 처음 사보는 모기향이라니. 라이터가 있을리가 없어서 평소엔 잘 켜지도 않는 가스불로 모기향을 붙인다.

 

사실 모기향을 피우는 이유는, 모기를 죽이려는 이유보다 낭만돋고 멋스러워 그런 것이 아닐까? 일단 매캐하게 목과 코를 자극하는 쌉싸래한 향이 좋고, 스멀스멀 뱀 기어가듯 리드미컬하게 피어오르는 연기가 근사하다. 그리고 똑똑, 똑똑, 시간의 흐름을 눈으로 볼 수 있다. 간밤에 지나간 시간을, 모기향이 불피우며 부지런히 따라갔다. 흔적들.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