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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날씨

2013년 9월 14일 : 한달에 한번 앓는 전염성 열병과 건어물녀에서 파는 마른 오징어

확실히 서울은 대구와 다르다. 날때부터 경상도에서 자라, 안 그런척 하지만 사실은 뼛속까지 보수적인 나는 이곳 남자들이 입에 '달거리'를 올릴때마다 괜히 화끈거린다.

 

정말로 경상도 남자들은 무디고 눈치없는데다가 표현에 서투르기까지 해서, 주변의 여자생물체가 유난히 힘들어보인다거나 하루종일 배를 움켜쥐고 있다거나 해도 잘 모른다. 혹은 모르는척 한다. 어쩔줄을 모르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섬세함과 나긋나긋함을 무기로 하는 이 곳 남자들은, 여성의 그런 것들에 관해 정말 자연스럽다. 그래서 지방에서 올라온 여성들이 초반에 자주 서울오빠들한테 혹 하는 것이리라. 일단 말투가 부드럽고, 남자친구에게도 받아보지 못한 케어가, 이 곳에선 지천에 널려있다.

 

생리통은 여성에 따라 달라서 무탈하게 그냥 넘어가는 사람도 있고, 너무 심해서 입원을 하는 사람도 있다. 난 그날마다 유난히 허리통증에 시달리는데, 거의 걷지 못할 지경으로 허리가 끊어지는 통증에 며칠 시달린다. (꼭 이때 출장 잡히더라. 정말!) 스물서넛 때 중국에서 유학할때도 그랬다. 추운 지방의 날씨에 극심한 통증이 더해져서 말도 못하고 허리를 잡고 있는데, 잘생긴 반장 오빠가 눈치를 채고는 조용히 불러서 핫파스를 건네주는 것이 아닌가. 상냥하기도 하지! (물론 그 오빠는 서울 사내다.)

 

서울에 올라와서도, 어떤 행사를 계획하거나 약속을 잡을 때 먼저 이야기를 꺼내는 남자들이 있다. "혹시 달거리 있으면 무리하지 않아도 돼!" 으악. 그때의 뻘쭘함과 당혹스러움이라니. 그리고 카페에서 커피마시며 이야기를 하다가 "여자친구가 달거리를 안하는데..." 으악. 뭐야. 나한테 그 얘기를 왜 해.

 

아무튼 그 놈의 달거리에 시달리고 있는 현재의 나는, 방바닥을 기다시피하며 끙끙 앓으면서 온갖 먹고 싶은 것들을 떠올린다. 이 때는 호르몬의 영향때문에 유난히 달고 자극적인 것들이 당긴다. 생리기간 중에 폭식을 하는 여성들도 꽤 많고. (난 그래서 임신하면 진짜 절망적일 것 같다. 먹고 싶은걸 안 먹을수도 없고 살 찌는 건 정말 싫고.)

 

평소에 입에 잘 안대던 초코칩이나 튀김같은 것들이 갑자기 유난히 먹고 싶어진다하면, 어김없이 그 날이다. 정말 여자의 몸은 신비하단 말이지. 지금 나는, 원래는 썩 내켜하지 않는 떡이 갑자기 미친듯이 먹고 싶다. '떡 먹고 싶어...' 끄으으으 하면서, 누워서 뒹굴거리지만 떡을 사러나가려면 머리감고 -> 씻고  -> 머리 말리고  -> 옷 입고  -> 적어도 썬크림은 바르고 -> 허리를 부여잡고 10분은 걸어야 하는 이 공정을 생각하며 고개를 젓는다.

 

어둡고 음침한 것을 의외로 좋아해서, 방에는 햇살이 거의 들지않게끔 조취를 취해놓고 계속 '떡' 생각을 하며 누워있자니, '내가 정말 건어물녀인가.' 라는 생각이 따라온다. '건어물녀'를 검색해보니, 전국의 수많은 건어물녀들이 야밤에 맥주와 치맥을 먹었네, 추리닝입고 전기장판 위에서 하루종일 누워있을수 있네, 따위의 정말 수분은 1 퍼센트도 느껴지지 않는 퍽퍽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그 와중에 '건어물녀에서 산 오징어' 라는 글이 보인다. 푸하하하. 인터넷 건어물 쇼핑몰 이름이 '건어물녀'이다. 아 그놈의 센스.